한국 여자 핸드볼팀이 예선을 세번이나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1984년 LA올림픽 부터 7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쾌거다. 한국팀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예선 부터 편파판정에 휩쓸린뒤 지난 1월 일본에서의 재경기 승리가 인정되지 않아 그제밤 프랑스에서 열린 최종 예선전에서 코트리브아르를 38대 21로 물리치며 올림픽행을 확정지은 것이다. 올림픽 2연패에 준우승 3차례. 세계 선수권대회 한차례 우승등 세계 최강 수준으로 군림하던 한국 여자 핸드볼팀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치른 셈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국민들에게 가장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대회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경기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때 한국 여자 핸드볼이 결승전에서 소련을 21대 19로 누르고 선수들이 코트에서 감독과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이 대한민국을 감동시켰다면, 아테네 결승전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의 선전은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결승전에 오른 한국팀은 세계 최강 덴마크에 맞서 19번의 동점과 2번의 연장전에 이어 마지막 승부던지기 까지 128분간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기껏 5개 실업팀에 등록선수 60여명 가운데 선발한 우리 대표팀이 신체조건이 월등히 앞설 뿐 아니라 클럽팀만도 1000개가 넘는 덴마크를 상대로 보여준 투혼과 정신력에 메달의 색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금메달 보다 값진 은메달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테네 대표팀중 4명은 '아줌마' 였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강인함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아테네의 눈물겨운 선전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배경이 됐다. '우생순'은 올해 초 400만명의 국내관객을 동원하며 당시의 감동을 되살렸다.
아테네의 주역중 주장인 임오경과 허영숙 선수가 우리고장 핸드볼의 명문 정읍여고 출신이다. 임 선수는 그동안 일본에서 실업팀 플레잉감독으로 활동하다 최근 서울시청 창단감독을 맡게됐다.
한때 '한데볼'이라 불릴 정도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톡톡히 겪던 핸드볼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베이징에서 우리 여자 핸드볼이 과거의 영관을 재현하는 것은 이같은 관심과 성원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가는냐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