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줄서기에 바쁜 지방의원들

지방의원들의 줄서기가 도를 넘고 있다. 총선 후보자들의 기자회견장에는 어김없이 도의원과 시군의원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특정후보의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다음 지방선거의 공천을 의식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총선기간 동안 지방의회가 개점휴업 상태일 수 밖에 없다. 의정비를 꼬박고박 챙기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통합민주당의 경우 지방의원 상당수가 국회의원 후보의 참모나 조직책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일부는 후보의 요청에 의해 선봉장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무소속 단체장까지도 다음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입당하기도 한다. 또 국회의원 후보들간 승부가 박빙이거나 공천에서 불리할 경우 탈당해 다른 유력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타 시도의 경우 지방의원이 유력한 정당의 공천자가 바뀌자 며칠 사이에 두번씩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러한 이합집산은 중앙정치가 지방자치를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빚었다. 심지어 지방의회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선거도 국회의원의 영향력하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폐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정당이 공천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2006년 선거법 개정으로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그런 병폐가 심화되었다.

 

물론 대의제 민주국가에서 정당이 지방의원을 공천하는 것이 정당정치를 뿌리 내리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국회의원 후보들이 지방의원을 줄세우거나, 지방의원 스스로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사실 진작부터 이같은 병폐로 인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개정선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각 정당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59.4%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당공천제를 재검토하길 바란다. 그것이 지방의원 줄서기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