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5분만이라도 걸어보세요. 누구나 짜증부터 날겁니다. 보행자를 위한 거리라고 해 놓고 사람이 차를 피해 다녀야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걷고싶은 거리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생 김모양(16)은 "차량진입을 통제하려면 확실히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주시가 지난 2003년부터 구도심 활성화와 시민의 보행권 보장을 위해 조성한 '걷고싶은 거리'가 제구실을 못한 채 '걷고싶지않은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차량진입 제한'이라는 안내문구가 무색하게 여전히 차량이 드나들면서 보행자들의 짜증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상가의 경우 걷고싶은 거리내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이에 따른 차량진입이 원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주시의 '탁상행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 고사동의 걷고싶은 거리는 매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차량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전주시와 전주완산경찰서는 3개의 입간판을 비치한 상태로, 해당 시간에 차량이 진입할땐 6만원 이상의 범칙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째 차량진입이 허용되면서 당국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전락한 상태라는 게 보행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다.
실제로 1일 오후 1시부터 걷고싶은 거리 안에는 상가에 짐을 내리는 차량 외에도 일반 승용차·택시 등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한 차량은 문화의길에서 15분 동안 점멸등을 켜 놓은 채 주차돼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가 하면 거리를 횡단하는 차량들도 수시로 눈에 띄었다.
상품구매를 위해 걷고싶은 거리를 찾았다는 파트리샤씨(영국·33)는 "분명히 차가 진입할 수 없다는 간판을 보았는데 차량들이 계속 드나들고 있다"면서 "관광객과 시민들을 위해서 차 없는 거리가 잘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인 박모씨(60)는 "현실적으로 일부 상가 안에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는데 어떻게 차량이 드나들지 않을 수 있냐"면서 "걷고싶은 거리는 전시행정인 만큼 차량제한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는 "해당 거리에 차량진입을 차단하는 자동장치를 오는 6월께 설치할 계획"이라며 "현실적으로 차량진입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