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시합과 경기, 경합과 경쟁

우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합'이란 낱말을 참 많이 쓴다.

 

최근에 나온 어느 사전에는 '시합(試合)'을 우리 낱말인 양 거두어 싣기도 했는데, 사실은 일본 냄새가 진한 낱말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이 낱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번 시합만은 꼭 이겨야 한다./ 마치 탁구 시합을 하는 것 같다./ 우리 달리기 시합 한 번 할까?"에서 처럼 대부분의 '시합'은 '경기'나 '경주'를 뜻하는 맥락에서 쓰인다.

 

이럴 때에는 두루 '경기'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한자낱말이기는 하지만, '시합'과 달리 '경기'는 "競(다툴 '경')+技(재주 기')"는 구성이 우리의 전통적인 한자어의 구조에 들어맞으며, "경쟁, 경연, 경륜, 경정"등의 또래 낱말과의 관련성을 포착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달리기'의 경우라면 '경주'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누가 문제를 빨리 푸는지 시합할까?"에서 보듯이 '시합하다'를 '겨루다'나 '겨루어 보다'로 대신하면 되겠다.

 

한편에서는 '경합'이라는 낱말을 즐겨 쓰는데, 특히 언론 매체에서 그렇다.

 

"경합이 심한 서너곳은 결정을 미루었다."느니 "선거를 앞두고 물밑 경합이 치열하다."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이 '경합(競合)' 역시 우리에겐 긴요하지 않은 일본식 낱말이다.

 

우리 한자낱말로는 '경쟁(競爭)'이 있고, 그 의미에 따라서 '다툼, 다투기, 다툼질/ 겨룸, 겨루기, 견줌, 견주기'들로 대신할 수도 있다.

 

우리 낱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일본식 낱말을 자주 쓰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우리 젊은이들이 눈과 귀를 크게 열면 충분히 바로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