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시민]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의 모임

인간에 의한 자연훼손 최소화 꾸준한 실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완산칠봉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오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아쉬워 오르고 있습니다."

 

완산칠봉의 자연생태보존을 위한 자발적 시민모임인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의 모임'(약칭 완사모, 회장 김정철)이 내건 기본 모토이다.

 

전주시의 대표적인 도심공원인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완산칠봉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지향점은 '자연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을 오르지도 말자는 것은 아니다. 산을 찾되 훼손의 정도만은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이같은 자연보호론에는 자연에 대한 애정과 순수한 열정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일반회원까지 포함해 380명에 달하는 회원들 모두는 여느 등산객들처럼 산이 좋아 완산칠봉을 찾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로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김정철 회장도 건강을 위해 찾은 완산칠봉에서 자연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자연사랑운동에 앞장서왔다.

 

등산을 통해 건강이 회복되면서 등산로 곳곳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일로 그 고마움을 대신했다는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만나는 등산객들이 '좋은 일 하십니다'며 칭찬을 해줬고, 내친김에 몇몇 사람들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승락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78명이 동참했고, 그렇게 완산모는 지난 1998년 9월에 만들어졌다.

 

모임이 결성됐다고 해서 김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없다. 매월 한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회원 전체가 대청소를 하는게 활동의 전부로, 평소 해오던 대로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연을 사랑해 왔다. 정기모임 외에 평소에도 등산로를 오가면서 남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나 오물 등을 치웠다. 또한 수목이 훼손됐거나 체육시설이 파손되는 등 회원들의 힘만으로 되지 않은 일들은 행정기관에 상황을 알려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이들은 모임을 만든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타 자연보호 단체들과 같은 그 흔한 '자연을 보호합시다'라는 캠페인은 한 번도 전개하지 않았다.

 

"어깨띠를 두르고 캠페인을 벌인다고 생태계가 보존된다면 열번이라도 하겠지요. 떠들썩한 행사보다는 한번이라도 직접 쓰레기를 치우는게 훨씬 낫습니다. 백번의 말 보다는 한번의 실천이 더욱 큰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죠."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주위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한때 각종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들이 수북히 쌓였던 쉼터와 등산로는 어느때부턴가 눈에 띄게 말끔해지기 시작했다. 일반시민들의 동참이 이어진 것.

 

회원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등산객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걸 통해 완산칠봉을 찾는 시민들의 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구간에 나무계단 설치, 무분별한 등산로 정비 등 남의 눈에 띄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최근들어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은 완산칠봉 자연생태의 상징인 습지보호.

 

이 운동은 지난 2005년에 완사모가 유일하게 펼친 대시민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던 것으로, 완산칠봉에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정혜사 인근의 삼각 계곡형 습지를 시민의 힘으로 매입해 습지를 보존하자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자연신탁국민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도내에서 처음으로 전개됐던 것으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회원들은 완산칠봉 등산객과 종교단체 회원 등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펼쳐 사유지였던 습지(구 470평)를 2500만원에 매입하는데 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이를 관리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시작은 완사모가 먼저 했지만, 대학교수를 비롯한 시민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면서 "그 결과 자칫 버려질 뻔했던 습지는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면서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의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은 "완산칠봉은 후백제 견훤의 숨결과 동학군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우리의 보물인 완산칠봉의 자연생태를 보존하는 책임은 우리에게 있고, 먼 훗날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를 '훌륭한 선조들이었다'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들이 나가야할 방향을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