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명창들이 귀한 시대, 폭포수도 뚫을 듯한 힘찬 소리가 그들 이름 뒤에 '명창'이 붙은 이유를 말해 준다. 다섯 명창 모두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 출신들이다.
△ 14일 송재영 명창 '동초제 흥보가'
임실 출신인 송재영 명창은 원래 그림을 그렸다. 화가가 꿈이었지만 오수장터에서 들려오는 풍물 소리에 끌려 비사벌예술학교 시절 홍정택 박창규 김조균 선생으로부터 소리와 풍물, 무용을 배웠다. 이후 이일주 명창 밑으로 들어가 꾸준히 소리를 갈고 닦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이 쉬지 않는 철성을 지녔다'는 송재영 명창이 풀어내는 '흥보가'는 동초제. 다른 바디의 소리보다 두 배 이상 길게 짜여져 있는데, 풍자와 해학이 두드러진다. 고수는 전북도립국악원 판소리 고법반 교수 권혁대.
△ 15일 전인삼 명창 '동편제 춘향가'
"남원이 나를 키웠다"고 말하는 그는 동편제의 본고장인 남원에서 태어난 전인삼 명창이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그저 목으로 울려 소리를 내는 동편제는 소리꾼의 풍부한 성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쭉쭉 뻗는 우렁찬 소리가 전인삼과 잘 어울리는 셈이다.
'흥보가' 이수자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춘향가'를 부른다. 아니리와 발림도 좋아 연극적 짜임새가 강한 '춘향가'도 기대해도 좋다. 현재 전남대 국악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고수는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원 조용안.
△ 16일 황갑도 명창 '박봉술제 적벽가'
황갑도 명창이 부르는 '박봉술제 적벽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박봉술-송순섭으로 전승되고 있는 정통 동편제 소리다. 박동진 강도근 송순섭 선생을 사사한 그는 평소에도 "동편소리에 대한 애정이 깊고 스승의 삶과 예술을 닮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자연스러운 발성을 중시하면서도 힘있고 꿋꿋한 소리를 구사해 음악적 기교보다 엄숙한 발성과 서슬있는 우조성 소리가 대부분인 '적벽가'와 잘 어울린다. 현재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지도위원. 고수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부 단원 송세운.
△ 17일 윤진철 명창 '보성소리 심청가'
영화 '왕의 남자'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 윤진철 명창은 '판소리계 이준기'로 떠올랐다. 고운 용모와 그 용모를 닮은 '뛰어난 서정성'과 '드라마틱한 성음기교'로 많은 팬을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윤진철은 항상 '정심정음(正心正音)'을 부르짖었던 스승 정권진을 많이 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넓은 소리성음에서 스승의 법제를 이으려는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날 부르는 '심청가' 중 '범피중류'는 극치에 이른 서글픔의 감정이 내면에 승화돼 있는 대목이다.
현재는 윤진철국악예술단을 이끌고 있다. 고수는 그의 제자인 윤종호.
△ 18일 왕기석 명창 '박초월제 수궁가'
"명창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소리에 모든 공력을 쏟아부었다."
형 왕기철과 함께 '형제 명창'으로 불리고 있는 왕기석 명창은 정읍 출신이다.
탄탄한 성음과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선이 굵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변신을 잘 하는 소리꾼'이다. 그만큼 어떤 무대에서든 청중들로부터 환영받는다.
'수궁가'를 부르는 이날 공연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장기로 꼽는 '토끼 배 가르는 데'를 들을 수 있다.
현재 국립창극단 단원. 고수는 국립창극단 상임단원 조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