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인이 탄생한 과학의 달 맞아 - 임길영

임길영(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금년으로 마흔 한 번째를 맞는 과학의 달은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인이 탄생되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 신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인의 우수한 과학기술력은 고려청자나 거북선의 발명이 아니더라도 원적외선을 방사하고 항균탈취 기능까지 겸비한 전통온돌 등 생활속에 살아 숨쉬는 과학의 지혜가 뛰어나 유대인을 능가하는 과학적 유전자를 지닌 민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과학문명의 도입이 늦어져 20세기 초반까지는 과학기술력의 낙후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생명공학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범 국민적인 과학기술문화가 정착되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과학기술자를 육성해야하는 두 가지 측면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 새 정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를 출범시킨 점은 매우 합리적인 조치로 우리 과학 교육계에서는 기대하는바가 크다.

 

그동안의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은 교육부의 과학교육 관련 과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과기부 산하의 과학문화재단에서 각종 청소년과학활동을 지원하는 이원적 체제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하여 교육부에서는 예산이 부족하여 사업을 못하고, 과기부에서는 예산은 있으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여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제 통합이 되었으니 상호 협조하여 획기적인 발전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하며 초중등학교 과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과학교사의 연수를 3년 주기로 의무화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과학교과서를 개발하고 과학실을 현대화하여도 교사가 알지 못하고 의욕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의욕적인 교사는 과학실이 없어도 실험하고 자비로 방학 때 마다 해외연수를 다녀와 과학인재를 양성한다. 과학교사는 최소 3년마다 심도있는 연수 기회를 제공하여 수준을 높이도록 국내 및 국외연수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

 

실험수업을 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험 중 안전사고에 대한 행정기관의 과중한 문책과 학부모의 보상요구 그리고 언론의 과잉 보도이다. 타 교과와는 달리 실험 준비와 진행, 처리 등의 업무가 폭주함에도 오직 제자를 가르치겠다는 의지로 감내하는 과학선생님들께 사고가 발생하면 무한 책임을 요구하니 실험하려는 교사는 줄어드는 것이다.

 

둘째, 과학교육은 교실에서부터 이루어지도록 과학실을 확보해야 한다. 2002년 이공계 대학 진학 기피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과학교육 활성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당시 2,700억원을 들여 1교 1과학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여 2007년 말 약 8천개의 과학실을 현대화하였으나 조사결과 실험중심의 과학수업은 증가되지 않았다. 60학급 규모의 학교에 1개의 과학실만 현대화하고 실험수업을 하라니 주 1회도 과학실에 갈 수 없다.

 

실험수업이 이행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 문제, 교사의욕 부족 보다는 과밀학급 해소나 교육정보화로 인한 컴퓨터실 확보, 방과후 교육 등 교실이 필요할 때마다 과학실을 전용하여 과학교사를 실험실에서 쫓아낸 정부에 책임이 있다. 다시 과학선생님들을 과학실에 모시려면 초등학교는 적어도 학년마다 1실, 중고교는 과학교사마다 1실의 과학실을 확보해야만 한다.

 

셋째, 전시 행정 중심의 과학행사를 줄여야 한다. 반세기가 지난 '전국과학전람회', 30여년의 '학생과학발명품전'과 '청소년과학경진대회', 10여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과학축전',을 비롯한 각 시도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과학축제'나 '과학 싹 잔치' 등 학생중심의 각종 과학 행사는 국민의 과학 마인드 향상에 기여한 공이 크지만 이제는 시장속이나 난장판과 같은 놀이장화 되어가고 있다. 단 하루나 이삼일 동안 이루어지는 행사에 몇 억 원씩 낭비를 하니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탐구부스 설치보다 개막식을 화려하게 하고 과학의 원리 탐구보다는 놀이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아쉽기만 하다.

 

과학은 장난이 아니다. 차분히 관찰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접근하는 자세를 바로 길러 주어야 하며 참여 인원수에 급급하며 기관장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개회식도 없애야 한다.

 

/임길영(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