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회 정기공연 '데이트' 20일까지 창작소극장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인가요

연극 '데이트'에서 30대 초반 커플로 나오는 최학렬씨(왼쪽)와 김경민씨. (desk@jjan.kr)

여자 : 난 가난해요.

 

남자 : 나도 가난해요.

 

여자 : 난 게을러요. 하루에 15시간씩이나 잠을 잔단 말이에요.

 

남자 : 난 아무 직업도 없는 걸요.

 

여자 : 깜빡깜빡. 난 잘 보이지 않나 봐요.

 

남자 : 당신은 나한테 잘 보여요.

 

여자 : 나도 당신이 잘 보여요.

 

살아있는 것만으로 하느님에게 월급을 받고 싶은 스물아홉의 여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훔쳐온 식기를 싸들고 공사장으로 소풍을 가는 서른의 남자.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여자와 남자가 새로운 데이트를 시작한다.

 

창작극회 제122회 정기공연 '데이트'. 9일 만난 전춘근 연출은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백수면서도 직업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을 이해할 수 없던 연출에게 '데이트'는 '별로'였던 작품.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꼭 맞다"는 배우들의 설득에 넘어가 무대에 올리게 됐다. 어느새 기성세대가 된 40대 중반의 연출가는 "시대가 원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데이트'는 연기경력 15년차인 30대 초반 커플(김경민-최학렬)과 3년차인 20대 초반 커플(이수화-정성구)이 번갈아 출연한다. 2인극인 데다 연인 사이로 출연하다 보니 두 배우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전춘근 연출은 "어린 커플도 나름대로 느낌이 괜찮지만, 아무래도 극 중 배역들과 실제 나이가 비슷한 김경민-최학렬 커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추천했다.

 

상실감과 허무감 속에서 허덕이고는 있지만 이들에게도 사랑은 있다. '데이트'의 이시원 작가는 "상처 많은 젊은 남녀가 다시 힘을 내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통해 세상과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희곡을 썼다"고 말했다.

 

"거북이랑은 경주하는 것보다 함께 산책하는 법을 배우면 되요." 이 커플이 말하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