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교육비의 경제적 지출 - 한기봉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학교란 어떤 곳이고 공부란 무엇인가?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학교에 다니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는 학교란 우리의 자녀들이 장차 독립된 인격체로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는 곳이라고 여긴다. 또 공부란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그 같은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부의 대상인 지식과 지혜는 무척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범위를 정하기 쉽지 않으나 남의 말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며 간단한 셈을 하고 자신과 가족, 자신이 속한 사회, 나아가 인류전체에 대해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한 필요한 지식을 알아 가는 정도로 확대 시켜 나가면 된다.

 

나는 이 정도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이나 사교육, 특히 영어몰입교육은 거의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공부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하여는 특별지도가 필요하겠으나 이 역시 교사와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로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기관이 자녀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하는 것이다.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학생 스스로 판단하고 행할 수 있도록 교사나 부모는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남이 하니까, 성적이 오르는 것 같으니까, 안보내면 불안하니까 자녀를 학원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더욱 나쁜 것은 성적순으로 정렬시켜 놓고 어느 집 아이는 몇 등인데 너는 이게 뭐냐는 식의 질책이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를 기피하게 되며 결국에는 세상과 단절되어 자기들만의 세계를 찾는 문제아로 전락하게 된다.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그들의 단계에서 학습 가능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도록 도와줘야지 단숨에 성적우수 학생의 대열에 올라서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TV에서 완주군고산면 출신의 여가수가 대담하는 것을 듣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 여가수의 어머니가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딸에게 가르쳐 줬다는 삶의 지혜는 "돈으로 한번 물건을 사면 다시 무를 수가 없으나 돈으로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살수 있다"라는 것이었단다. 그 가수는 돈을 쓸 때마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좇아 절약하고 모아서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30-40년 전 고산 시골에서 아이 기르던 평범한 주부가 가르쳐 줬다는 삶의 지혜는 경제학교수의 강의에서도 쉽게 터득하지 못할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

 

막연히 자식을 위한다고 행해지는 조기교육, 사교육으로 인해 가정경제가 파탄 나고 치열한 취업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고학력자가 부지기수로 양산되는 사회, 자녀 조기유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기러기 아빠가 늘어나고 그쪽 사회에도 이쪽 사회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전락하여 방황하는 유학파 젊은이들이 허다한 사회,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낙제생 에디슨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발명왕이 되었고 반기문총장은 영어몰입교육이나 조기유학 없이도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다. 정주영현대회장은 소학교 겨우 마친 학력에다 영어 한마디 못해도 거북선 그려진 한국 돈과 옥포만 사진 한 장 달랑 가지고 외국 가서 돈 빌려다 조선소 짓고 배 만들었다.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고픈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경제력과 자녀의 필요를 도외시 한 채 묻지마 교육투자로 가정을 파탄 내고 있다. 그리하여 자녀가 정작 필요할 때는 경제적 뒷받침을 못하고 만다. 고산출신 가수 어머니의 가르침을 교육비지출할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해 볼 일이다.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