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PD "정조, 독살 아닌 병사로 마무리"

(용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정조의 죽음을 어떻게 그릴지 아직 완전히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정조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순왕후의 독살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요. 우리 드라마에서는 독살이 아닌 병사(病死)로 마무리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 차례 연장 결정 후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MBC TV 인기드라마 '이산'(극본김이영, 연출 이병훈ㆍ김근홍)의 이병훈 PD가 한 말이다.

 

그는 16일 경기도 MBC용인문화동산의 '이산' 야외세트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시청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정조(이서진 분)의 죽음 등 결말 처리에 대해 "드라마인 만큼 (결말이)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 없겠지만 병사가 기본 틀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선시대 성군의 한 명으로 꼽히는 정조의 즉위 과정과 치세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현재 왕위에 오른 정조가 암살 위협 등 여러 시련을 이겨내며 왕권을 다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조가 성송연(한지민 분)을 후궁으로 간택하는 이야기 등이 내주께 방송될 예정이다.

 

드라마는 애초 60회로 계획됐으나 인기를 등에 업고 16회가 연장됐으며, 15일 61회가 전파를 탔다. 이 같은 연장 결정은 연출자인 이 PD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물리적인 기간으로만 따지면 애초 60회 중 30회 정도에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게 맞아요. 하지만 임금이 된 후 극적 밀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총 분량의 3분의 2가 지난 후쯤으로 정조의 즉위 시점을 미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장이 결정되자극적 긴장감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워졌어요. 지금까지 제가 연출한 드라마의 대부분은 주인공의 성공으로 막을 내리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청자들도 이제는 정조에 대한 암살 시도 에피소드에 대해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성송연(한지민 분)의 후궁 간택을 뒤로 미루고 그의 죽음도 늦추는 방안이다. 성송연의 모델인 의빈 성씨는 문효세자 등을 낳지만 세번째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1786년(정조 10년) 세상을 떠난다.

 

"송연이 후궁이 되면 한 단계의 긴장이 또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송연을 일찍 후궁 자리에 올리지 못했지요. 송연이 죽음을 맞는 시기도 시청자들이 용납하는 데까지 최대한 늦출 생각입니다."

 

정조의 즉위 과정에서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한 홍국영은 66~67회쯤 죽음을 맞는다. 효의왕후(박은혜 분)를 독살하려다 발각돼 정계에서 밀려나게 된다. 대신 정약용 등 새로운 인물이 투입된다.

 

"역사에서 정약용은 성균관 유생 시절 정조와 인연을 맺습니다. 정조가 내린 질문에 탁월하게 답변해 실력을 인정받지요. 과거 급제가 늦어 실제로는 의빈 성씨가 죽은 후 본격 등장해야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이전에 투입될 것입니다. 다만 박지원과 김홍도 등은 드라마적인 재미 및 이야기 방향과 맞지 않아 투입이 불투명해요.애초 김홍도는 도화서에서 성송연을 지도하는 인물로 등장시키려 했지요."

 

정조가 치세 기간 남긴 업적에 대해서는 "다른 에피소드를 전개할 때 정조의 업적도 함께 담을 것"이라며 "송연이 죽은 후 화성 축조, 과학 문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릴 때부터 정조를 보필한 박대수(이종수 분)는 새로운 배필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박대수는 성송연을 사랑하지만 성송연의 마음이 정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포기했다.

 

이 PD는 "정조가 박대수의 짝을 구해주는 설정을 마련할 생각"이라면서 "그럼에도 박대수는 죽을 때까지 성송연을 잊지 못해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보이게 된다"고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