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단을 이끄는 한 상인이 여러 대의 마차에 물건을 잔뜩 싣고 길을 떠났다. 도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길조차 분간할 수 없게 흩날리는 바람에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길을 찾아 큰 길에 들어서게 돼 무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그 상인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탄식을 했다. 이를 보고 일행이 물었다. "고생 끝에 드디어 길을 찾아냈는데 왜 그리 탄식하십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 두 대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대의 마차가 길을 헤매며 지나왔으니 그 바퀴 자국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이 바른길이라 생각하며 따라 올 것인가 싶어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이라오."
흔히 잘못된 일을 개선 없이 그대로 행하는 것을 전철(前轍)을 밟는다고 한다. 개선 또는 개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실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잘못을 알면서도 관행이나 제도 때문에 바로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잘못인지 알지만 이를 시정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는 경우, 그 일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해오던 사무를 민간기구에 위임하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사무는 과감히 정리하면서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풀도록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덩어리규제가 도처에 남아있다. 여기에는 기업인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오는 문화적 요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Business Friendly)을 조성하기 위해 범부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기업에서 애로를 느낀다고 이를 다 해소 할 수 있다거나 해소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국토를 보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환경문제라든지, 기업 내 작업자나 소비자의 안전에 관한 사항,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노사관계 등등 실제로 뽑기 어려운 전봇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큰 틀에서 정말 뽑지 말아야 할 전봇대까지 뽑아버리고 훗날 다시 박기위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우(愚)는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다만 뽑을 수 있으면서도 그동안 뽑지 않았던 규제애로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풀게 될 것이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지난해에도 각종 기업 환경 개선과제를 발굴해 20여건을 개선토록 했다. 올해는 특히 지방청 조직까지 개편하고, 지방청직원과 지원 유관기관까지 함께하는 '1357현장기동반'을 구성해 말그대로 찾아다니면서 기업의 애로를 찾아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해소하고 있다. 여기서 1357이란 중소기업청 정책안내 콜센터 전화번호인 동시에 현장기동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지방청이나 콜센터를 통해 신고하면 1일 이내에 소재지 지방청 직원이 방문해 애로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3일 이내에 지방청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자체해결이 불가능한 사항은 5일 이내에 본청에 이첩해 처리토록 하며, 법령 규제나 타 기관 타 부처 관련 사항은 7일 이내에 해당 기관에 요청해 검토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제애로 처리 로드맵인 셈이다.
이제 정부나 중소기업 모두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바퀴자국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 보다는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더 좋은 길은 없는지 살펴보고, 거기에 앞을 가로막는 돌멩이가 있으면 치우려는 도전정신이 절실한 때라고 본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박인숙(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