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들의 교통질서 확립 필요 - 백순상

백순상(장수경찰서장)

 

지난 한해 도내에서는 988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28명이 숨지고 1만6954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루 평균 27건의 교통사고가 나고 이로인해 매일 1명 이상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직 교통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모습, 이면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1명당 평균 손실액은 약 4억1318만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인구 2만6687명인 장수군의 교통사고 사망자 사회적 손실액은 33억원에 이르고 있다.

 

어느 외국인은 우리나라 시민들의 운전습관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평하며 전반적으로 교통질서 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지르기와 신호 위반 등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위한 운전습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교통사고 등 교통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낮은 도로율 △신호 및 도로체계의 비합리성 △정착되지 않은 자동차 문화 △주차장 부족 △급격한 차량 증가 등을 앞 세운다.

 

그러나 이같은 논거는 잘못된 구조로 인해 교통사고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는 체념의 인상이 짙다. 교통신호를 정확히 준수한다면, 안전띠를 반드시 착용한다면, 과속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지금처럼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그만큼의 피해가 생길 것인지 되물어 봐야 할 노릇이다. 교통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는 작은 실천은 자신과 가족의 소중한 생명, 재산을 지키는 작은 실천일 것이다.

 

또 정부가 주장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질서 확립의 초석이 될 것이다.

 

2008년 경찰은 교통 법질서 확립을 위해 교통 가용경력을 집중 투입, 교통질서를 바로잡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은 각종 캠페인 등 홍보활동과 계도, 단속 등을 벌이는 한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 행정의 노력만으로 교통질서와 법질서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에만 선진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경찰관이나 순찰차량이 도로에 없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습관 등 자율적인 법 질서 준수를 위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질서란 아름답고 편안한 것이다란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타율과 강제에 의해 마지못해 행하는 규칙으로 질서를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법 질서 의식과 선진 교통문화가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날과 같이 자동차가 대중화 되어 있는 시대에는 교통문화 수준으로 국가나 사회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예로부터 예향으로 불려 온, 양반의 고향인 전북의 시민들이 스스로 교통법규와 법질서를 지키기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 교통 신호를 지키고 안전띠를 메는 작은 실천으로 선진 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2008년은 품위있는 일류 시민으로서의 한국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때인 것이다.

 

선진 교통문화 창조에 다함께 동참하는 것, 이는 예향의 고장 전북의 시민들이 보여야 할 모범적인 모습이자 자신을 위하고 남을 배려하는 법질서를 실천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일 것이다.

 

/백순상(장수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