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배관업을 하던 최모(31.무직)씨는 1년 전 아는 사람의 보증을 섰다 800만원을 떼이는 등 빚이 4천만원까지 불어나자 생활에 의욕을잃기 시작했다.
빚에 시달리다 못해 사업을 정리한 최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딱한 처지에서 아내와 두 딸을 부양해야 하는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최씨는 카드 빚에 허덕이던 끝에 아내의 금반지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결국 은행 강도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됐다.
지난 2월 말 은행 지점이 근무시간임에도 뒷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방범 상태가 허술하다고 판단, 범행을 결심했다.
최씨는 4월 말에 익산시 영등동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난감 K-2 소총을 미리 구입한 뒤 범행 당일 복면을 하고 전북은행 신동지점의 뒷문으로 침입, 창구에 있던현금 4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행 후 죄책감을 느낀 김씨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 3일 자신의 집에서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가족에게 남겼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오직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내와 아기가 보고 싶다. 죗값은 받겠다. 사람이 안 다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적혀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최씨는 은행에서 강탈한 400만원 중 30만원은 유류대금 등으로 사용하고 현금 370만원과 편지는 자신의 집 냉장고에 숨겨놨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결국 이 30대 가장은 비록 돈은 손에 쥐었으나 빚도 갚지 못한 채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인 최씨가 생활이 궁핍한 나머지 어처구니 없는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