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가시고기

지난 2000년에 발표된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다시금 감동을 준다.외환 위기 이후 숯덩이가 된 우리 가장들을 되 돌아 보게 했던 이 소설이 지금도 살아 숨쉬는 이유가 뭘까.자녀 교육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늘어난다.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자식과 아내에게까지 대접 못 받는 가장들이 많다.남자라는 이름 때문에 맘껏 울지도 못하는 이 땅의 아버지가 더 애잔하게 보인다.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고 달아나면 수컷이 혼자 남아 알을 보호하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떠나 버리면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버린다.암컷이 알을 나으면 부화를 위해 앞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하며 끊임없이 둥지안에 새물을 넣어준다.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오로지 둥지안의 알을 지키고 키우는데만 전념한다.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로 나오면 새끼들을 물어다 둥지 안으로 집어 넣는다.부화한지 5일 정도 지나면 새끼들은 제법 자라 둥지를 떠난다.수컷은 마지막 한마리까지 모두 안전하게 떠나 보낸후 마침내 최후를 그 자리에서 맞는다.

 

15일 동안 오직 새끼들을 위해 혼신을 다한 수컷은 만신창이가 돼 버린다.주둥이는 다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도 볼품없이 변하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둥지에서 숨을 거둔다.며칠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은 죽은 수컷 주위로 몰려든다.그 새끼들은 자기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슬퍼하기 위해 몰려 든 게 아니라 아비의 살을 파먹기 위해 찾아든다.

 

이 땅에 사는 생물 중 가시고기는 부성애가 가장 강하다.소설 가시고기는 모성애 대신 부성애를 표현해 낸 작가의 감수성이 눈부신 작품으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잘 그려냈다.소설의 주인공은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 수컷 가시고기다.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신장 매매라는 방법을 택한다.그러나 신장을 팔기 위해 검사 받은 병원에서 뜻밖에도 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는다.남은 기간 육개월.아이의 소생이 눈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신을 부르는 죽음과 아들을 세상에 혼자 두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딛고 하나의 선택을 한다.수컷 가시고기처럼 말이다.가정의 달을 맞아 수컷 가시고기처럼 자기 희생하는 가장들을 위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