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꽃 다운 나이, 학교를 다니며 전산직공무원으로 일하던 은정씨(27)는 같은 과 선배였던 남편 봉호씨(43)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고아였던 은정씨는 16살 연상인 봉호씨가 아빠 같고 오빠 같아 좋기만 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결혼 전 첫아이를 임신했던 은정씨는 31주 만에 큰딸 수연이를 조기 출산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수연이는 그날부터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했고, 고지식한 시부모와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아들인 넷째 기윤이를 낳을 때까지 연년생으로 줄줄이 미숙아를 출산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부부는 가난의 늪에 빠져들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병원비 때문에 사채를 끌어 썼기 때문이다. 막내 준호는 청각장애까지 의심되지만 이미 큰 빚을 짊어진 은정씨는 정밀 검사를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