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를 좋아합니다. 그의 질소(質素)하고도 침중(沈重)한 생김 생김, 그의 느리고 부지런함, 그의 유순함, 그러면서도 일생에 한두 번 노할 때에는 그 우렁찬 영각, 횃불같은 눈으로 뿔이 꺾어지도록 맥진(驀進)함, 그의 침묵함, 그의 인내성이 많고 일모일골(一毛一骨)이 다 유용함, 그의 고기와 젖이 맛나고 자양 있음…"
춘원 이광수의 '소 예찬론'이다. 그는 소를 '짐승 중에 군자'요 '인도주의자'라고 했다.
또 조선의 실학자 박세당은 소를 타면 세가지 편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소의 성질이 둔하여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아 좋다. 둘째로 진창이라도 가리지 않고 잘 가니 좋다. 세째로 걸음이 느린 때문에 길가 풍경을 천천히 구경하며 때로 꾸벅꾸벅 졸아도 떨어질 염려가 없어 좋다"(山林經濟)
조선후기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듯 하지 않은가.
얼마전만 해도 농촌에서 소는 집안 식구와도 같았다. 철따라 농사를 짓고 무거운 짐도 날라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나아가 재산증식의 수단이기도 했다.
전주지역에 내려오는 '소타령'에서도 이것을 엿볼 수 있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네가 네가 빨리 가면/ 나도 나도 너와 같이/ 쉬지 않고 갈 터이야// 암소 암소 우리 암소/ 너의 천성 내가 안다/ 성큼 성큼 걷는 모양/ 분명할 손 나의 동무// …옛적 노인 하신 말삼/ 일 가정에 보배라네// …// 등불같은 너의 눈을/ 이리저리 정신차려/ 굵은 돌은 넘겨 딛고/ 잔돌을랑 밀어 디뎌// 부대부대 실수 말고/ 저 밭둑에 어서 가자/ 향내 나고 맛 좋은 풀/ 다른 사람 비여 갈라// 얼른 한짐 비여다가/ 너의 등에 실을테니/ 설렁설렁 돌아가서/ 고픈 배를 불려 보세"
하지만 이런 목가적 풍경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싹 바뀌었다. 소를 그저 '먹거리'로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온 나라가 법석이다. 특히 광우병 우려로,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몽땅 내주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중고등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촛불집회가 잇달고 있다. 인터넷에선 대통령 탄핵서명이 1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부시와 하룻밤 잔 숙박료치곤 너무 비싼 대가다. 단김에 쇠뿔 빼듯 졸속협상을 벌인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