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혁신도시 건설 지원 늘려라 - 한기봉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직장 후배가 어느 날 "강남에 집사는 이유를 알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후배의 얘기를 요약하면 자기 부인이 아는 부부가 아이가 중학에 다닐 무렵 강남으로 이사한 뒤 애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면적은 2배로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남아 그동안 지출한 이자, 비싼 생활비등을 충당하고도 오히려 이익을 봤다는 얘기였다.

 

나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건 알겠는데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데?" 별반 기대는 안 했지만 돌아온 답은 충격이었다. 필리핀에 도피성 유학을 가 있는데 애아버지가 얼굴 마주치기조차 꺼린다는 거였다.

 

그 부부는 부동산투기에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자식교육에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이 통과되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부부처가 이전하면 서울이 공동화되고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강부자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반대여론이 형성되고 급기야 서울시장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이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결국 관습 헌법이라는 해괴한 법 이론이 등장하여 위헌판결이 나오고 수도이전은 무산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노무현정부는 혁신도시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정부투자기관만이라도 지방에 분산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였으나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수도권규제를 풀고 지방혁신도시건설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인구를 더욱 집중시켜 서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든 말든 부동산가격만 오르면 그만 이라는 강부자정권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토지의 수요가 늘거나나 도로 등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할 때 비용과 효과를 비교하여 구도심 재개발이냐 신시가지 건설이냐, 기존도로의 확장이냐 우회도로의 신설이냐를 판단한다.

 

같은 논리로 포화상태인 수도권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과밀을 해소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는 데 대다수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밀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식교육을 위해서, 나는 재산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 나는 새로운 환경의 지방생활에 적응하기가 막연히 싫으니까... 서울에 남을 테니 너희들은 가라는 특별시민의 이기심과 여기에 편승한 강부자들의 부추김이 과학적 근거 없이 서울사수의 광풍을 일으켜 합리적 정책 수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기관 직원들이 지방이전을 꺼리고 민영화되면 이전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토지보상이 끝나 가는 사업조차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손실을 감수할 정도로 재정에 여유가 있으면 오히려 그 여유분만큼 지원을 늘려 지방정부가 투자하지 못하는 교육, 문화분야 투자를 대신함으로써 이전을 촉진할 일이다.

 

또 투융자기관 직원들도 지방이전에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위하는 일인지 고민하고 판단할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이 지역 출신이든 아니든 온 가족이 이사하여 생활하는 많은 직장인들과 가족들이 지방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심지어 영남출신 들조차 편견을 가지고 대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식탁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지금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할 혁신도시백지화에 대한 지방민의 또 다른 저항이 대기상태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기봉(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