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이라고 미움을 많이 받아서 힘들었는데그때 뿐이네요. 얼마나 지났다고 그새 잊히는 게 아쉽고도 한편으로 서글퍼요." 최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서 조동혁이 연기한 나선재는 그야말로 악역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오랜 연인을 헌 신짝처럼 버렸다. 그 것도 모자라 장인의 회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마지막 회 44.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미우나 고우나'는 방영 8개월간 35.4%의 평균 시청률로 2000년 이후 역대 KBS 1TV 일일극 중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는 악역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었던 조동혁도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
시청자들은 "선재 죽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 악의 가득한 사악한 눈빛 잊을 수가 없다"며 선재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드라마 속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리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말 욕도 많이 먹었죠. 백호(김지석)하고 식당에 가면 차별 대우를 받아서 그다음부터 백호랑 밥을 잘 안 먹을 정도였어요. 악한 감정을 연기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장인 어른이 쓰러졌는데 나쁜 마음 을 먹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오히려 더 악하게 그려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쉽게 정이 가지 않는 악역이어서 더 정이 들었을까. 조동혁은 드라마가 끝나고 '나쁜 남자'의 짐을 내려놓는 지금 마음 한구석에서 착잡함을 느끼기도 한다.
"시원섭섭해요. 악역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드라마가 잘 될 줄 몰랐죠. 악한 인물을 꼭 한번 연기하고 싶었어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악역에 욕심이 있죠.
반면 악역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어요. 오랜 기간 선재로 살면서 많은 생각도 했고요." 9개월 간의 긴 여정을 마친 조동혁은 당분간 여행을 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 뒤 다음 작품에 대해 고민할 예정이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요. 악역은 이번에 길고 진하게 한번 했으니까 다른 역할을 해야죠. 남자 냄새,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정말 광적인 인간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고요. 오래 가는 배우보다는 박수칠 때 떠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