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에는 적었지만 그래도 닭을 팔았기 때문에 근근이 목에 풀칠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아예 닭을 팔지 못하게 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20여 년 동안 계속해오던 이일을 이제는 그만 둬야 하는 겁니까."
김제지역에서 처음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재래시장에서의 생닭과 생 오리를 판매하지 못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래시장에서 생닭과 생 오리를 판매해 생계를 유지해왔던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평생 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됐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해 마땅히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생닭의 판매를 금지만 했지 이에 따른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
실제 취재진이 주말을 이용해 전주와 삼례지역 재래시장의 생닭 판매 업소들을 찾아가본 결과 대부분의 업소들이 셔터를 내렸고, 일부 문을 열어놓은 상점도 개점 휴업상태였다.
지난 17일 삼례읍에 위치한 재래시장의 생닭 판매업소 밀집지역. 당초 이곳에서는 10곳의 업소에서 생닭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재진이 찾아갔을 당시 10곳 중 8곳 업소의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었고 2곳만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어 놓은 생닭 판매업소의 닭장에는 원래 주인이 아닌 개와 고양이, 토끼들로 채워져 있다. 판매업소의 내부에 있는 생닭 도축에 사용하는 장비 등도 오랜 시간 사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다.
"며칠 있으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AI가 발병하자마자 가게 문을 닫았어요. 근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사람들한테 닭이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문이라도 열고 있는데 이제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네요."
삼례읍 재래시장의 생닭 판매업소 상인들은 AI가 발생한 지난달 초부터 업소의 문을 자발적으로 닫았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져 닭은 찾는 손님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언제 다시 닭을 팔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20년 동안 생닭을 판매해온 문제순씨(57)는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많이 오지 않는데 정부의 판매금지조치로 재래시장 상인들이 모두 죽게 생겼다. 20년 동안 닭을 팔아먹고 살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생닭 대신 계란이라도 팔아보려고 문을 열었다는 상인 이은수씨(46)도 "솔직히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퍼진 게 의문이다. 어떻게 방역을 했으면..., 엊그제 계란 10판을 들여왔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2판밖에 팔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또 "생닭 판매는 1년에 3개월 장사인데 언제 다시 닭을 팔 수 있을지 몰라 한 달에 100만원씩 하는 월세를 어떻게 내야하며, 대학에 다니는 아들 등록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취재진이 찾아간 전주 남부시장과 중앙시장. 삼례읍 재래시장처럼 많은 업소들이 밀집돼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보이던 생닭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아예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