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자연재해가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 남부를 초토화하면서 미얀마인 10만명의 생명을 빼앗더니 12일 연휴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해 사상자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를 가져왔다.
이번에 재해가 발생한 지역은 곡창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얀마는 쌀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며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쌀 곡창지대가 물에 잠기면서 쌀 재고량이 급격이 줄어들어 미얀마의 쌀 가격이 50% 폭등했다고 한다.
중국 쓰촨성도 쌀을 비롯한 식량 생산량이 중국 내 1위를 차지하는 곡창지대로 이번 지진으로 농산물 가격 급등과 운송 기반시설 파괴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으로 식량 가격도 더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AO의 쌀 가격지수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4월 사이에 국제 쌀 가격은 약 76%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쌀 최대 수출국인 미얀마의 쌀 생산이 거의 불가능해 짐에 따라 국제 쌀 시장의 수급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진 여파는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시장의 곡물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외국의 자연재해가 우리에게 양적 측면의 식량수급문제를 불러오고 있는 반면, 국내적으로는 GMO, 쇠고기, AI 문제 등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가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있지 않다.
이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나 외국산 농산물의 안정성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하여 세계적인 식량의 수급불안이나 안전성이 우리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외 환경 변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곡물가 인상파동을 겪으며 우리는 이미 국제시장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학습할 수 있었다. 곡물가가 오르면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식량 수출국들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되려 수출시장의 문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을 목격했다. 돈을 더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식량위기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체험을 한 셈이다.
농업을 통해 생산되는 농산물도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믿음은 점차 깨져가고 있고, 외국산 농산물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도 점차 명백해 지고 있다.
만약 우리 손으로 직접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모든 국민들이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쌀을 제외하면 5%도 안 되는 밀, 콩, 옥수수 등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의 생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수적일 것이다. 최대한 국내에 생산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대규모 간척지를 활용하거나, 농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를 위한 농지은행의 범주를 확대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부족한 농산물 생산을 해외에서 확보하기 위해 추진중인 해외농업자원 개발에 대해 체계적으로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는 먹을거리 확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농촌공사에서도 러시아 연해주, 캄보디아, 미얀마, 아르헨티나 등 해외곡물 생산기지의 농업환경 조사를 진행하는 등 해외 농업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나 재원확보, 투자지 선정의 결정력, 적정지의 농지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으로 정부의 종합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성공할 것이라 본다.
우리의 식량안보와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해서는 농업을 지나치게 경쟁력과 효율성이라는 경제논리만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생명산업이며 안보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최근 자원을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각축이 치열하다. 우리정부도 총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자원에는 에너지나 광물자원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생활에 보다 밀접한 식량자원의 확보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자원의 확보야 말로 가장 먼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