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매장에 가면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창문과 벽시계가 없고 종사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椅子)가 없다.
창문과 시계가 없는 이유로는 주부 고객들이 해가 지는 것이나 시간을 보게 되면 저녁 준비를 위해 귀가를 서두른다 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없앴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대낮에도 전등을 훤하게 밝혀 놓아 에너지 절약 시책에는 반(反)하는 행태지만 고객들이 쇼핑에만 전념하게 유도해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면에서 수긍이 가는 대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매장내 판매원이나 계산대 종사원들의 의자가 없는 것도 세일즈 기법인가. 경영자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이나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응대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다리가 아파서 곤혹스러워 하는 종사원들의 표정을 보아야 하는 불편한 마음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로 볼 수 밖에 없다.
의자는 인간의 특성인 직립(直立)생활로 인한 피로를 풀어주는 최소한의 터전이다. 권좌(權座)나 왕좌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의자가 권위의 상징으로 대변되기도 하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구다.
스튜어디스, 교사, 유통서비스 분야 등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직업병이 있다. 다리에 꼬불꼬불하고 두꺼워진 정맥이 지렁이 처럼 나타나는 '하지정맥류'가 그것이다. 여성들이 이 병에 걸리면 치마 조차 입기를 꺼릴 정도이다.
최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기자회견을 갖고 '서서 근무하는 서비스 근로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 '고 규정돼 있으나 사문화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접대할 고객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서 있게 하는 것은 종사원들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소홀한 고객접대를 우려한 사업주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고객이 없을 때 잠시 앉아서 쉴 권리도 보장해 줘야 한다. 오히려 고객에 대한 친절한 접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고객들도 자신들이 받는 서비스가 종사원들이 고통을 억지로 참고 꾸며낸 가식이기를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