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洪吉童, Hong Gil dong- 이 세 가지 표기 방법을 가리켜 각각 '한글 표기', '한자 표기', '로마자 표기'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사용 실태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김대리, 우리 부장님 성명은 한문으로 어떻게 쓰지?", "정선배는 이름을 영문으로 어떻게 쓰세요?" 등과 같이 한자와 한문, 그리고 로마자와 영문을 혼동하여 쓰고 있다.
그러나 한문과 한자, 로마자와 영문은 그 개념이 서로 다르다.
먼저 한자와 한문을 생각해 보자, 한자란 낱낱의 글자를 가리키며, 한문은 한어(중국어)를 한자로 표기해 놓은 문(文), 또는 그런 문의 집합체(텍스트)를 가리킨다.
따라서 洪吉童과 같이 한자로 표기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문이나 문의 집합체로 볼 수가 없으므로 '한문 표기'가 아니라 '한자 표기'라고 하는 것이 옳다.
이제 영문과 로마자를 살펴 보자, 로마자는 '라틴문자'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a,b,c,d…x,y,z로 된, 한 무리의 문자를 가리킨다. 이 문자가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영어는 물론 독일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등등, 많은 언어가 일상적으로 이 문자로 표기된다. 이 때 영어를 로마자로 표기한 글은 '영문'이라 하고, 독일어를 로마자로 표기한 글은 '독문'이요, 프랑스어를 로마자로 표기한 글은 '불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마자를 오로지 영어와 관련짓는 편견이 심한 탓에 영어와 로마자를 동일시하고 로마자를 아예 '영문자'또는 '영자'라고까지 한다.
그래서 Hong Gil dong 식으로 표기한 것을 '영문표기'라 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성명을 '로마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종 서식의 성명란에 쓰인 '한문'과 '영문'은 '한자'와 '로마자'라고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