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경유차, 아직도 매력 있다 - 장동희

장동희(현대자동차 이사)

경유값이 급등하면서 경유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경유값과 휘발유값이 역전 현상을 보이면서부터는 갖고 있던 경유차를 중고차로 팔려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고, 중고차 판매상 쪽에선 경유차 기피 현상마저 일고 있을 정도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지비가 많이 드는 휘발유차의 대안으로 크게 각광 받던 경유차가 하루 아침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양상인데, 아무리 조변석개하는 게 세상 인심이라지만 불과 1~2년 남짓한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대목이 있다. 언제는 경유차가 유지비 적게 드는 좋은 차라며 치켜 세우기 바쁘던 사람들이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필적하면서부터는 깎아 내리기에 정신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들의 깎아 내리는 말을 듣노라면 아직까지도 경유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더없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필적할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해서 경유차의 매력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하는 점이다. 경유값이 많이 올랐기로서니 힘과 연비가 좋다는 등의 경유차 장점마저 갑자기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쏘나타 2.0을 한 번 예로 들어보자. 같은 배기량을 가진 이 모델의 휘발유차 최대토크는 4,500rpm에서 20.1kg.m이고, 경유차의 경우 2,000rpm에서 32.0kg.m이다. 이는 곧 언덕길 같은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경유차는 휘발유차의 절반밖에 안 되는 rpm으로 1.5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가다 서다를 많이 반복하는 도심의 막히는 도로에서도 낮은 rpm을 유지하는 경유차의 특성은 힘을 발하는데, 같은 조건 아래서 엔진회전수가 낮다는 건 연료 소모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연비도 마찬가지이다. 수동변속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 모델의 휘발유차 연비는 리터당 12.8km, 경유차 연비는 17.1km이다. 최근 기름값 경향을 반영해 경유값과 휘발유값이 1,800원으로 같다는 가정 아래 이 두 차를 1년에 2만 km씩 5년간 운행했을 때, 휘발유차는 총 1,400만원 정도, 경유차는 1,050만원 정도 기름값이 소요된다. 이 모델의 경유차 가격이 휘발유차에 비해 300만원 정도 비싸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5년이면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뿐만 아니라 5년 이후부터는 1년에 70만원 정도씩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듯 잠깐만 따져 봐도 경유차는 아직까지 휘발유차에 비해 유지비 측면에서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유값 급등세에 편승해 '경유차=못 탈 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그렇지가 않다는 판단이다. 과거 휘발유값의 반값내지 반의 반값 정도 할 때에 비하면 그 매력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어도, 냉정히 따져봤을 때 경유차는 아직까지도 충분히 탈만한 차이다.

 

실제로 일선 판매 현장에서 차가 팔려나가는 양상을 보면 최근 경유차의 대명사인 RV차들 판매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창 잘 나갈 때에 비해 다소 줄고 있는 정도일뿐 여전히 경유차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겠는가.

 

뭐든지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자칫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경유값 급등세 속에서 최근 일고 있는 무분별한 경유차 깎아 내리기라든가, 그런 분위기에 무작정 휩쓸리는 행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앞으로 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이라든가, 현재 경유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최근의 무분별한 경유차 깎아 내리기에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차라는 것은 한 순간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몇 년내지 많게는 십 년 이상이 좌우되는 고가의 소비재인만큼, 그 선택을 함에 있어서는 순간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해서는 안되며, 요모조모 곰곰히 따져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장동희(현대자동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