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일당과 품삯

일요일 오전에 어는 방송국에서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호감을 가지는 시청자가 많은 듯한데, 그것은 아마도 일의 소중함과 땀의 신성함을 일깨워 줌은 물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남을 돕는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점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일당'이라는 자막과 아나운서의 표현이 늘 눈과 귀에 거슬린다.

 

이것은 한자로 표기하면 日當(日:날, 當:마땅하다)이 되는데, 이렇게 써 놓고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루 품삯'이라는 의미와 전혀 관계가 맺어지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이 쓰는 것을 그대로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사전들마다 '일당'을 '일급(日給)' 또는 '하루 품삯'으로 순화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품'은 일을 하는 데 드는 힘이나 수고 즉 노동력을 말하고 '삯'은 일을 해주고 받는 돈이나 물품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당'은 한 주의 품삯을 '주급(週給)'이라 하고, 한 달의 품삯을 '월급(月給)'이라 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러한 관계를 따르면 하루의 품삯은 당연히 '일급(日給)'이 된다. 이것이 일당보다 낫다.

 

내친김에 토박이낱말로 바꾸면 '날삯'이 된다. 한글 학회에서 지어 펴낸 '쉬운말 사전(1967)'에서는 일찍부터 그렇게 바꾸어 놓았다.

 

'일당(日當)'의 원래 의미는 '하루에'이다.

 

그 뒤에는 수를 나타내는 요소가 오는데, 품삯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올 수 있다. 예컨대 하루에 먹는 물의 양을 '일당 1.8리터'라 할 수도 있고 하루에 쓰는 용돈을 '일당 5000원'이라 할 수도 있으며, 하루에 찾아오는 고객의 수를 '일당 50명'이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유독 '하루 품삯'만을 '일당'이라 한 것부터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