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삼십육계와 줄행랑

중국의 고대(古代)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땅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작은 나라들이 영토를 넓히기 위해 주변 나라들과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을 벌인 역사이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무기 제조법과 병법(兵法)이다. 중국의 병법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오나라 손무(孫武)가 개발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이 손자병법보다 더 앞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병법이 '삼십육계(三十六計)'이다.

 

'삼십육계'는 본래 '전쟁을 하는 데 쓰이는 36가지 계책'이라는 뜻이다. 제1계에서 제36계까지 있는데, 제1계는 '만전과해(瞞天過海: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요. 제31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인계(美人計)'며, 그 마지막인 제36계가 '주위상책(走爲上策: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이다.

 

이렇게 보면 '삼십육계'는 36가지 계책 모두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36가지 계책 가운데 36번째 계책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관용 표현에서의 '삼십육계'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36번째 계책은 정확히 말하면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인 것이다. 이는 '36번째 계책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뜻인데 이것을 줄여 '주위상' 또는 '주위상책'이라 한다.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니 이것이 무슨 병법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여기서의 '달아남'은 아무 대책 없이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장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내일을 기약한 채 작전상 후퇴한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삼십육계주위상책'이 아니라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그것은 '줄행랑'이 '피하여 도망가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줄행랑이 갖는 '도망'이라는 의미가 '주위상책'이 갖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