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 민심의 현 주소가 6.4 재보선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면서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고강도의 인적쇄신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6일 `총리.대통령실장 동반 퇴진', `대폭 개각'과 같은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만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질적으로 `사람 자르기'를 꺼려 하는 이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인적교체를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상황을 무겁게 보고 있다"면서 "인적쇄신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적쇄신의 폭이다. 소폭으로 하자니 이반된 민심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더욱 꼬일까 고민이고, 중폭 이상 또는 대폭으로 하자니 상당기간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탓이다. 이 대통령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고심을 있다고 한다.
현재 여권 일각에선 일시적인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폭넓은 인적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좀 다르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무턱대고 사람 1-2명, 2-3명 자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 퇴진론에 대해서는 "너무 나갔다. 그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고 나서 당청간 파워게임 내지 갈등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청와대 내부서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나 최고위직 인사가 책임지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으면 난국 돌파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하는 인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과 접촉하며 난국 타개를 위한 해법찾기에 본격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불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현안과 민심수습책에 대한 조언을 들었으며, 이어 7일과 9일에는 각각 개신교와 천주교 지도자들을 만나 정국해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내주에도 통상적인 외부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국정쇄신책 마련에 몰두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 충청북도(10일), 방송통신위원회(12일), 광주.전남도(13일)업무보고 일정을 내주로 잡았다가 뒤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토단계에서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민심수습이 우선"이라며 일정 연기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통상 일정을 연기하고 내주까지 고민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쇄신책 발표가 내주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소폭이든 중폭이든 개각 가능성에 대비, 조심스럽게 후임자 물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산문제 등 모든 게 검증된 사람을 찾기가 참 어려운 것 같더라"면서 "검증 프로세스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