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인수위 당시 영어 몰입식 교육을 내세워 한바탕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영어는 도구인데도 필요, 불필요를 막론하고 국어, 영어, 수학등 주요교과를 영어로 지도한다는 해괴한 시책을 내어 놓아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일이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는 한가지 도구이며 이것은 필요한 사람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 일은 설사 중요교과를 영어 몰입식 교육으로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그만 두고라도 우리나라 현직교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조차 확인하지도 않은 채 한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 내어놓은 시책이었다. 이 시책은 소동만을 남긴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이러던 중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초, 중, 고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29개 지침을 이날 즉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0교시 및 심야보충수업을 할 수 있고, 초등 방과후 학교에서 정규교과 수업을 할 수 있으며 수준별 이동수업이나 우열반 편성도 시, 도교육청이나 학교장의 결정으로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것 또한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대도시 위주의 빈익빈 부익부 시책이라는 반론이 거세게 일어났을 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무저항상태로 이루어지던 시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교육부 시책을 묵살해 버림으로써 이제는 잠잠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내어 뱉던 교육부 시책들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해괴한 일이 터진 것이다. 그것은 지난 스승의 날에 즈음해 교육과학기술부 실, 국장등 간부들에게 모교를 방문하기를 권장하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특별 교부금 오백만원씩을 증서로 주었다는 것이다. 이게 오늘과 같이 투명하고 개방된 사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가를 묻고 싶다. 교육을 통해 성장 발전한 사람들이 자신을 길러주고 가르쳐 오늘에 이르게 한 학교를 찾아가 정중한 자세로 답례를 표현하는 자세는 권장할 바는 되지만 책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모교를 찾아 답례하는 자리라면 그 답례는 자기 주머니와 상의해야 옳지, 특별교부금을 쌈짓돈 가져가듯이 해야하고 이를 통할하는 장관이 해야 할 일인가.
필자는 이러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행태에 대하여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찌 이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렇게까지 배려가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이게 일 국의 교육과학기술을 관리하는 부서의 수준인가.
야구는 야구의 성질에 의해서 운영되고 심판되어야 하고, 축구는 축구의 성질에 의해서 운영되고 심판되어야 하는 것처럼 교육은 교육의 성질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교육이 이 원리를 벗어나면 난맥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교육은 땅을 파듯이 또 같은 물건을 되풀이 만들어 내듯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교육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 이어서 자연을 거슬리면 수해가 나기 쉬운 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학입학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는 대학 교육협의회에 넘기고, 대학입학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는 대학 교육협의회에 넘기고, 초, 중등 교육은 '학교 자율화'에 넘기고, 그리고 특별교부금을 가지고 모교나 찾는 교육과학기술부라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 타산지석을 삼아야 한다.
/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