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시민광장' 을 만들자 - 조동용

조동용(전라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6월 10일 전주 오거리는 1만여 시민들로 인해 자동차도로가 막히고 광장이 되었다. 촛불문화제 때문이었다. 전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주요 도시 거리가 임시 광장이 된 것이다. 원래부터 광장이 아니라 사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막아서 광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는 '아고라'라는 공간은 하루에 1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네티즌이 찾아오는 신 '광장'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 해학 등이 살아 넘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디지털 민주주의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도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과 사회학자, 세계의 이목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디지털 광장인 '아고라'의 위대성에 놀란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얘기하고 의사를 표출할 도시 공간 하나를 제대로 갖지 못한 현실을 보고 우리 도시가 얼마나 삭막하게 구조화되었는지를 보게 되었다.

 

전국에서 100만 명이 운집했다던 촛불문화제가 있던 주요도시는 대다수 도로를 통제하고 임시광장을 만들어야 했다.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도시에는 광장이 없었다. 대다수 차도를 막고 광장을 임시로 만들었다.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에도 광장은 없고 오로지 넓고 넓은 자동차 도로 뿐이었다. 녹지, 보행자 도로, 자전거 도로, 그리고 도시민이 쉬고 함께 거닐고 놀 수 있는 광장이 조성된 곳은 없었다. 전주의 서신지구, 평화동, 서곡지구도 광장은 없다. 익산의 영등동, 군산의 수송택지, 나운동에도 역시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은 없었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주체가 놀고 있는 땅을 그냥 놔 둘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수용해준 도시계획자들과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근시안적인 행정의 결과다. 사태가 이 정도 되면 '광장'찾기 시민운동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전북의 주요 도시는 새로운 택지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시민운동가들이여 집회장소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택지개발을 할 때 반드시 '광장'이 만들어지도록 계획에 참여하고 압력을 넣어보시라. 그리스 민주주의 상징은 아테네 광장이지 않던가. 광장은 소통의 공간이면서 창조의 공간이 될 것이다. 전주, 익산, 군산만이라도 그럴싸한 광장 하나씩 만든다면 도시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도시민의 문화의식이 달라질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명연기와 유럽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로마의 휴일' 영화를 보았다면 누구나 유명한 광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멋있다는 도시를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곳이 광장이다. 일본, 미국 대다수의 나라들에서는 광장을 살려두고 있다. 촛불문화제 하는 시민들이 도로를 막고 있다고 핀잔주는 일부 정부관계자나 이에 편승한 시민들은 오히려 '시민의 광장'을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신도시에 광장을 만들어 보자. 시민들의 의사소통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오래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통키타를 연주하는 청바지 차림의 50대 중년, 열띤 토론을 하는 소규모의 집단, 소리문화의 전당에서만 볼 수 있는 B-Boy가 아니라 도심 광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끼의 표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별히 멋있거나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광장만 하나 덜렁 만들어줘도 그곳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시민들의 문화와 삶의 휴식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상징광장이 될 것이다.

 

/조동용(전라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