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였던 1960년대 3년여 활동을 끝으로 해체됐던 `양지축구단' 멤버들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하고 우정의 대결을 펼칠 남북 후배들을 응원하러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이런 뜻깊은 만남은 축구 대표팀 공식후원사인 하나은행(행장 김정태)의 주선으로 마련됐다.
월드컵 3차 예선 6차전인 남북대결 경기를 후원하는 하나은행은 소아암 환우 50명과 국가유공자 가족 500여명을 초청하는 한편 비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양지팀 멤버들도 특별히 모셨다.
지금은 육순을 넘겨 머리가 반백이 된 이들은 양지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사이다.
양지팀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진출 기적에 자극을 받아 1967년 1월에 창단했던 팀.
당시 양지팀 선수들은 군 복무를 대신하면서도 실업팀 수준의 월급을 받는 한편 이문동 중앙정보부 내 잔디구장에서 훈련했고 105일간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등 특급대우를 받았다.
육.해.공군 소속 선수는 물론 한국전력과 제일모직 등 실업팀 선수까지 차출해 꾸린 양지팀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의 부훈을 따라 이름을 지었지만 1970년 3월 창단을 주도했던 김형욱 중정 부장이 경질되면서 3년여의 활동을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양지팀에선 공격수 이회택 부회장과 수비수 김호, 김정남 감독 외에 조정수 서울시축구협회 부회장, 김기복 한국실업축구연맹 부회장, 김삼락 축구협회 이사, 박이천 인천 유나이티드 부단장과 이세연, 이영근, 정병탁, 김호엽, 정규풍, 오인복, 허윤정, 서윤찬 등이 주전으로 뛰었고 이들 대부분이 이번 남북전에 초청돼 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애초 `동양의 진주'로 통했던 북한 축구영웅 박두익 등 북한의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 주역들도 초청을 추진했지만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 탓에 남북 왕년 스타들의 첫 만남은 아쉽게 불발됐다.
특히 양지팀 멤버들은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며 1967년 메르데카컵 공동우승 등 괄목할 성적을 내고도 정작 북한과 한 번도 맞붙지 않았기에 남북 후배들의 경기를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조정수 부회장은 "북한과 한 번도 경기를 하지 못하고 팀이 해체됐는 데 40년이 흐른 뒤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남북 선수들이 하는 경기를 옛 양지팀 동료와 함께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