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 - 김신엽

김신엽(전주환경청 화학물질관리과장)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지구의 나이는 50억년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오래된 우주의 나이는 학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200억년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50억, 200억 하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수리가 발달한 고대 인도에서 사용하던 겁(劫, 세계가 성립되어 존속하고 파괴되는 시간을 말하며, 측정할 수 없는 시간, 즉 극대한 시간의 한계를 의미)에 비하면 턱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사유하는 능력이 인간에게만 허락되었다는 조금은 건방진 명제를 인정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는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의 무한함이 곧 육체의 무한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항상 겸허의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며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러한 계(界)또한 유한한 존재인 나에게 잠시 사용허가된, 소유의 개념이 아닌 임대의 개념으로 대해야만 하는 것이다.

 

흔히들 지금의 환경은 내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어 쓰고 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과연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명한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에서 에너지의 사용은 필연적으로 다른 곳의 무질서와 혼란(엔트로피)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이 개념을 '환경'이라는 문제에 국한하여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은 따지고 보면 선대에서 축적된 잠재된 에너지(잘 보전된 환경)를 꺼내 쓰고 미래의 엔트로피를 증가(환경오염 증가)시키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결과는 명확해 진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반대급부로 오는 계의 손실은 필연적인 것이며,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라는 것을...

 

이것을 환경에 대입해 보면, 개발과 발전을 할 수록(에너지 사용이 증가) 환경은 악화(엔트로피 증가)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그토록 강조한 환경보전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엔트로피 증가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사회 구성원의 묵시적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내면에는 좋은 것만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가 숨쉬고 마시는 공기와 물만큼은 아닐지라도 가능한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있어야 만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줄여 후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면 그 영화는 시시해 진다. 한참 인기있는 TV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시시해 할만한 여유가 없다.

 

50억년을 쌓아 온 지구환경을 불과 수 백년 사이에 소모시키고 있는 우리들 인간에게 어머니 지구 가이아는 엘니뇨, 이상고온, 대지진 등 여러 징후들을 통해 그녀의 분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우리의 후손이 살아가야 할 지구는 가정이 아닌 현실이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불과 몇 십년 남지 않았다. 어둡게만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지, 아니면 그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 갈 수 있는 곳으로 물려줘야 할지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연을 느끼며, 호흡하고, 거닐 수 있고, 또 그러한 자연을 우리 후손이 다음 후손을 위해 물려줄 수 있는 세대계승의 희망이 넘쳐나는 것이리라. 이제 우리 부모들이 그러했듯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서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아닐까?

 

/김신엽(전주환경청 화학물질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