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교육감선거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다. 심지어는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믿고 싶지 않다.
투표율이 20%라면 유치원과 초·중·고교 재학생을 둔 학부모들조차 절반정도만 투표한다는 뜻이다. 직접적인 교육 수요자들조차 외면한다면 교육감 직선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121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교육감선거의 투표율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흔히 홍보부족을 꼬집는다. 또 후보들의 소극적인 선거운동을 탓하기도 한다. 휴가철에 치러지는데다 임시 공휴일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주민들의 관심이다. 아무리 홍보가 안되고 후보들의 움직임이 미미하더라도 주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면 투표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제아무리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후보자들이 극성이더라도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전북도교육감은 대단한 자리라고 한다. 연간 2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수천명의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학교설립 인허가권 등을 갖는다. 공교육 정상화, 인성교육 등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지역의 교육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왜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이런 점은 전북도선관위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의뢰해 실시한 유권자 의제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19세 이상 일반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3가지를 물은 결과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55.4%)과 공교육 정상화(43.3%)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학생들의 실력향상 33.3%, 교사 실력향상 29.6%, 도농간 교육수준 격차 문제 28.6%, 교육계 비리척결 27.8% 등의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서 사교육비 등의 문제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살펴봐도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나와는 상관없는 교육감 선거'가 되기 쉬운 것이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보자. 엄청난 권력과 대단한 역할을 가진 '큰 교육감'은 잠시 잊자. 사교육비를 없애고, 학생들의 실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감은 애초부터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좀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게 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있는 교육감은 있을 수 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주장의 차이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작은 차이를 크게 보자. 그리고 '큰 교육감'이 아닌 '작은 교육감'을 찾는 일에 나서보자.
선거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 책임은 도민들에게 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괜찮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잔치에서 스스로를 배제하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은 올바른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이성원(문화교육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