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은 좋고 싫음을 가리지 않아 능히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으며, 강과 바다는 작은 흐름을 가리지 않아 능히 그 풍부함을 이룰 수 있었다. (太山不立好惡 故能成其高 江海不擇小肋 故能成其富)
중국 전국시대의 책 '한비자'에 나오는 이 말은 2000년이 넘게 최고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좋고 싫음을 가리지 않고'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좋은 것이야 항상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꼭 그런가. 자신의 마음에 다소 들지 않아도 능력이 있다면 받아들이는게 최고 지도자의 능력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간다. 좋은 쪽의 인재도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그 허물이 작은 것이라도 조직에 위해를 가했다면 '읍참마속'하는 게 지도자다.
그러면 한비자의 태산에 '상향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까.
'풀뿌리민주주의'가 1991년 첫 발을 내딛고, 1995년 단체장 직선제로 본격화 한 후 도내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거둔 결실은 많다. 그들은 항상 내세울 '공적'을 준비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일을 했다. 굳이 '새만금은 내가', '기업 유치는 내가'하는 식의 A 단체장, B 의원의 공적 내세우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떤 사업이 중도 하차했거나, 결실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한 그들만의 이유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데 선거에서 패하자 후임 단체장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폐기해버렸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출직 고위공직자들, 과연 가슴에 손을 얹고 뒤를 돌아볼 때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을 자 몇일까.
정당의 공천을 받고(무소속도 있다), 주민의 선택을 받는 과정에서 그들은 '좋은 인재'로 선택받았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그들이 '좋은 인재'라는 것은 무리다. 그들 가운데 '나쁜 인재'도 있고, '좋은 인재'이지만 조직에 해악을 끼칠 자도 더러 끼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증거는 지난 17년 동안 그들이 보여준 행태다. 그리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일부 사건들이 그 증거다.
지난 1995년 첫 직선제 단체장으로 선출된 부안의 강수원 군수는 의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고, 이병학 군수는 선거 당시 당 간부에게 돈을 건넸다가 구속, 1년만에 하차했다. 이창승 전주시장, 김길준·강근호 군산시장, 이형로·이철규·김진억 임실군수, 김상두 장수군수, 국승록 정읍시장 부인, 최용득 장수군수 부인, 유종근 도지사 등이 주로 선거법과 뇌물죄로 구속돼 죄값을 톡톡히 치렀다. 이형로 군수만 무죄를 선고받았을 뿐이다. 염규윤 교육감 선거에서는 '백지수표'라는 희한한 뇌물이 등장했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진억 군수 사건에서는 뇌물각서가 나왔다. 지방의원들까지 거론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최근에는 국회 김세웅 이무영 의원이 선거법 위반죄로 재판을 받고 있고,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상수도 유수율 입찰 관련 사업자 선정과정의 위법성 문제를 놓고 견원지간이 됐다.
이런 지경이니, 그들이 장으로, 의원으로 앉아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다. 지역 발전이 제대로 될까 싶은 의문이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정작 온통 반칙하는데 쏠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이다. 아무리 태산이 '좋고 싫음을 가리지 않아' 그 높이를 이뤘다고 하지만, 꼭대기에 서 있는 '나쁜 바윗돌'은 끌어내려야 태산을 더 높게, 단단히 쌓을 수 있다. 오는 23일로 닥친 교육감 선거에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다.
/김재호(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