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어린이 책이 많지 않던 시절,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옛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두어 가지 이야기만을 반복해서 들으면서도 지루해하지 않았고, 들려주는 어른이나 듣는 아이들이 모두 옛이야기를 통해서 즐겁게 놀았다.
어린이 책이 넘쳐나고 아이들에게 글을 익히는 시기도 빨라진 요즘에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다주는 일이 어른들의 주된 임무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도 어른들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과 바꾸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책을 읽어주어야 할까?
옛이야기만큼 아이들이 듣기 좋아하는 책도 드물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부터 줄 글 책까지 다양하게 읽어주었는데 지금은 새로이 「옛이야기 보따리」(보리출판사)를 읽어주고 있다. 10권으로 되어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책이다. 각 권마다 주제에 맞추어 옛이야기들을 묶어놓았다. 구수한 입말로 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잠자리에 누운 초등 1학년 옆에서 "옛날 어느 마을에 내외가 살았는데, 남편이 미련하기가 짝이 없어서 인사하는 법도 몰랐어~"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느새 중학생이 된 아이도 슬그머니 와서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 남편도 한 쪽에 슬쩍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우스운 이야기를 듣고 배꼽 빠지게 웃다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아이는 하나 더 읽어달라고 애원을 하고 결국 못이기는 척 다른 이야기 한자리를 읽어준다.
이런 옛이야기에는 우리 겨레의 삶과 숨결이 녹아 있다. 언어도 외래어와 인터넷 언어에 잠식당하고 아이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그 모습이 바뀌고 있다. 이럴 때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잊었던 우리의 정감어린 언어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고 우리 민족 고유의 생활상과 정서를 느끼고 알게 해 준다.
낮 시간동안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에 아이들을 충분히 살펴주지 못한 아쉬움을 옛이야기 읽어주기로 보상해주고 있다. 아이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아빠의 체온을 느끼고 정을 느끼고 귀로 듣기만 하는 편안함을 느낀다.
어른들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던 시절을 기억하며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옛이야기 보따리는 함께하는 즐거움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김은자(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