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탑이 들어설 기단을 3중으로 다져 만든 사례가 익산 제석사지에서 처음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0일 사적 제45호인 익산 제석사지에 대한 올해 발굴조사 결과, 정교한 판축(版築)으로 만든 삼중기단 목탑지와 화려한 암막새로 장식된 금당지 등 익산제석 사지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석사지는 백제 제30대 무왕(재위 600-641)이 사비(부여)에서 지금의 익산으로 천도하는 일환으로 세웠다가 639년 벼락으로 불당과 회랑 등 불에 탄 백제 왕실사찰로 추정되고 있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6월 익산 왕궁성과 관련된 왕실 사찰의 성격을 규명하고 정비 복원 자료로 활용키 위해 사역 중심부인 목탑지-금당지-강당지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 결과 제석사지 가람의 세부적인 특징이 드러났는데 두께 약 3m에 3중인 목탑 기단은 차곡차곡 흙을 다져 올리는 판축 기법으로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깥쪽 기단은 한 변의 길이가 21.2m의 이중 구조며 그 안에 목탑 중심부가 위치하는 또 다른 기단이 드러나 결과적으로 3중 기단으로 구성됐다.
목탑은 지면을 방형으로 파내고 그 안에 약 70cm 두께로 갈색 사질 점토를 채워 넣은 다음, 다시 그 위에는 약 250cm 두께로 또 하나의 판축 기단을 조성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3중 기단 갖춤 목탑은 일본과 중국등 동아시아 3국 불교 건축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구조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또 전형적인 백제 연화문 수막새 및 다른 기와 편과 함께 화려하고 우아한 인동당초문 암막새가 다량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이 암막새들이 같이 출토되는 유물 및 그 출토 층위를 볼 때 백제시대 유물로 판단된다면서 중앙에는 도식화한 귀면문(소위 도깨비 문양)을 조각했으며 그 좌우에는 유려한 인동당초 문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제석사지 곳곳에서 건물 기단 기초를 다지기 위한 달구질 흔적이 확인됐으며 그 북동쪽 폐기장에서는 帝釋寺(제석사)라는 글자를 새긴 기와가 출토됐다.
한편 부여문화재연구소는 향후 제2차 발굴조사를 통해 제석사지의 중문지와 회랑에 대한 확인조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독특한 형태의 목탑 구조를 밝혀 중국, 일본의 목탑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발굴조사에 대한 일반인 대상 현장설명회는 오는 12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