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SBS TV 아침드라마 '물병자리'가 시작하기 전에 만난 임정은(26)은 기분 좋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어느새 5개월이 흘러 종영(19일)을 앞둔 현재 그는 큰 산을 넘어온 듯 아주 편안해보였다. 첫 주연을 잘 소화해낸 뿌듯함과 함께.
"정말 마음이 편해지고 가벼워졌어요. 도중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새 끝날 때가 되니 참 홀가분하네요."
임정은은 두 뺨 가득 건강한 홍조를 띠며 밝게 웃었다. 5개월 레이스를 끝내면서 지쳤을 법도 한데 아주 생생해 보였다. '물병자리'가 5월부터 시청률 16~18%를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아침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것이 에너지가 되는 듯 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아요. 주변에서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해주시고 저 스스로도 연기가 많이 편안해진 것 같거든요. 이제는 어떤 역을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과의 작업을 통해 융화하는 것을 배웠고, 순발력과 집중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2002년 영화 '일단 뛰어'로 데뷔한 후 6년 만에 드라마 주인공을 따낸 그는 '물병자리'에서 비운의 여인 은서를 연기했다. 재벌가 남자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지만 은서는 교통사고로 남편은 잃고 자신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너무 많이 울었어요. 촬영하면서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눈 밑이 퉁퉁 부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그런 상태에서 또 울어야 했구요. 하지만 신기한 것은 매일 다른 마음으로 울었다는 거예요. 그만큼 은서에게는 드라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주부 대상 아침 드라마라 엄마가 가장 좋아하신다"고 말했던 그는 이번에도 "아침 드라마의 위력을 느꼈다"며 웃었다.
"야외 촬영할 때마다 아주머니들이 지나가시면서 꼭 저를 '은서'라고 부르며 아는 척을 하시고 드라마 내용과 관계된 질문을 하셨어요. 저와 은서를 동일시해서 '은서, 유빈(극중 아들 이름)이 찾아와야지 어떻게 할거야'라는 등 매회 내용을 꿰뚫고 계시더라구요.(웃음)"
임정은은 "'물병자리'를 하는 5개월간 행복했던 순간은 거의 없었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렇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실제로는 은서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는 없지만 은서의 씩씩함은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