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신나는 유행어·신조어는 언제나?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말은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맞춤법이나 일상 언어와는 상관없이 일정기간동안 신기한 어감을 띠고 그 시대를 풍자하는 의미나 해학성 등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쓰이는 유행어및 신조어도 말의 한 유형이다.

 

어느시대에나 존재해왔던 유행어및 신조어는 사회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로 통한다.

 

1950∼60년대 유행어 '슈사인보이(구두닦이)' '쇼리(잔심부름을 해주는 소년)''빽(배경)' 등에서 6.25전쟁이후 고아가 많았고 돈과 연줄이면 안되는 것이 없었던 당시 단면을 엿볼수 있다.

 

1970년대 '복부인'은 부동산 투기열풍속에 돈 많은 가정부인들이 얼마나 설쳐됐는지를 짐작케 한다.

 

또 '사바사바' '막걸리선거''못생겨서 죄송합니다''따봉'등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유행어가 생성됐다 기억뒷편으로 멀어졌다.

 

199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쓰임이 매우 광범위하고 신세대들의 언어체계에 부합하는 신조어들이 등장해 점점 사회속에서 녹아들고 있다.

 

금년 2월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이런 말들은 간단(間斷)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영남 의 앞글자)''S라인( S는서울시청 출신 상징)'''강부자(강남에 사는 부동산 부자)''강금실(강남에 금싸라기 땅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 등등.

 

이들 신조어들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의 인사에 대해 특정지역및 인맥·일반 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부자들의 기용 등에 대한 가시돋힌 독설 다름아니다.

 

한·미 쇠고기협상이후에는 명박산성(明博山城)이란 말이 등장, 화제가 됐다.

 

6.10 민주화 항쟁 21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쇠고기 재협상 등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 대행진이 계획되자 경찰이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과 전경과의 대치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 그리스를 발라 설치한 컨테이너박스 바리케이드를 풍자한 것.

 

또 이달 7일 농식품부장관을 포함한 3명의 장관을 교체한 소폭개각이 이뤄진뒤에는 3년전 나왔던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출신 경기지사였던 손학규씨가 노무현 전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한 '경포대'가 부활한 것은 경제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강만수 경제부총리를 유임한채 꼬리자르기식으로 직속부하인 차관만 경질한 것을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강 부총리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747공약(7%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 경제성장국가)을 바탕으로 한 '경제살리기'를 전면에 내걸고 당선됐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6개월도 안돼 '747공약'이 '7%의 물가상승률·4%국민만을 위한 정책·7%지지율의 정부'로 엉뚱하게 해석되고 있다.

 

취업 포털 스카우트가 최근 구직자와 직장인 94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취업및 실업관련 유행어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무엇인가라고 설문조사한 결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 가장 많고 '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 '88만원세대(88만원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 20대)순으로 나타났다.

 

하나같이 비판적·풍자적이어서 결코 달갑지 않은 말들이다.

 

국민들의 고통까지 반영하고 있어 대수롭게 여길수 만은 없는 심각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사회가 건강하고 국민들이 행복하려면 즐겁고 희망찬 유행어및 신조어가 넘쳐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점을 간과하지 말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국정운영을 다시 한번 추스려 올바른 방향타를 잡아야 할 것이다.

 

/홍동기(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