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정숙 명창 영결식 "편히 쉬십시오, 선생님…"

전남 고흥군 동초 김연수 선생 곁에 묻혀

1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고 운초 오정숙명창 영결식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참 부모같은 스승입니다. 오래도록 살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가십니다. (남겨진) 우리 제자 선생님들, (동초제 맥을 잇기 위해) 많은 짐을 지게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이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 천궁으로 가실겁니다. 잘 가십시오. 선생님."

 

삶의 끝자락에서 씻김굿이 펼쳐진다. 귀한 사람이 갔다. 살아생전 극진히도 모시고 또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스승 동초 김연수 선생 곁으로 아까운 사람 하나가 홀연히 떠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 보유자인 고 운초 오정숙 명창. 11일 오전 9시 그의 영결식이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광장에는 명창이 부른 '춘향가' 중 '어사출도' 대목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는 오정숙 선생이랑 반백년 이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오정숙 선생, 내가 더 지키고 가꿔서 오랫동안 더 살게 했어야 했는데, 내가 죄인이 됐습니다."

 

유족 배기봉 동초제판소리보존회 회장은 눈물을 훔쳐내느라 말을 잇지 못한다.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이순단 방성춘 이영신 명창 등 문화재로 지정받은 제자들을 비롯해 소리를 물려받은 제자들이 부르는 눈물 섞인 '반야심경'과 '보렴'은 더 구슬프다. 제자 대표로 고별사를 한 동초 선생의 아들 김규형씨는 "부모님 돌아가실 때의 아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고된 꾸지람을 끔찍한 제자 사랑으로 생각하고, 동초제가 방방곡곡에 꽃 피울 수 있도록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맑고도 단단한 소리를 뽑아냈던 작은 체구는 제자들의 오열 속에 전주 효자동 승화원에서 불꽃으로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명창의 유해는 한 줌 재가 돼 전남 고흥군 금산면 대흥리 동초 선생 곁에 뭍혔다.

 

국악장으로 열린 오명창의 영결식에는 송하진 전주시장과 이영희 한국국악협회 회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전통문화예술과장, 황병근 전 전북예총 회장, 이재형 국립민속국악원 원장, 문치상 풍남문화법인 대표, 홍정택 김유앵 최승희 김일구 조통달 명창, 주봉신 김청만 고수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시민 400여명이 참석해 국창 가는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