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꼴사나운 감투싸움 - 권순택

권순택(제2사회부 부장)

최근 지방의회가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 감투싸움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행태와 파행을 보면 민의의 전당, 주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도의회와 시·군의회를 막론하고 서로 자리다툼에 혈안이다 보니 구습과 추태가 또 다시 고질병처럼 도지고 있다. 밀실 야합과 담합, 편가르기와 줄서기, 배신과 반목 등 각종 구태가 여전히 재연되면서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심지어 도의회와 전주시의회는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상품권 수수와 선물제공 등 매표설까지 나돌아 의회 위상과 신뢰 실추는 물론 시민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장수군의회는 원구성을 위한 회의조차 열지 못하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뒤에서야 간신히 후반기 의장단을 추스렸다. 의원 모두 통합민주당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마당에 옛 열린우리당과 구 민주당, 무소속 출신 사이에 의장직을 놓고 파벌을 형성해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일부 시·군의회도 가까스로 의장단 구성은 마쳤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있는 형국이다.

 

3차 결선투표까지 3대3 동수를 기록한 끝에 연장자 우선원칙에 의해 의장을 선출한 진안군의회는 비례대표 의원의 표이탈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있다.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원이 부의장직을 노리고 배신했다면서 진상규명이 안될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역시 3차 결선투표에서도 똑같이 12표씩 표가 갈린 군산시의회나 2차 투표에서 1표의 반란표로 당락이 엇갈린 익산시의회도 후반기 의회 운영에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견된다. 주요 현안이나 안건 심사, 예산 처리때마다 선거로 골이 깊어진 계파간 알력과 힘겨루기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의장 선거와 관련, 법정소송으로 비화했던 고창군의회는 뒤늦게나마 상임위 구성에 합의해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이같은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을 둘러싼 파행과 꼴불견을 놓고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는 도민들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혈안인 탓이다.

 

주민 대의기관으로서, 지역민의 복리증진과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래의 기능과 역할은 내팽겨친 채 자리다툼에만 눈 먼 처사가 아닐수 없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지방의회 제도가 올해로 18년째를 맞고 있다. 원구성을 위한 의장단 선거만도 시군의회마다 최소 10차례이상 치룬 셈이다. 연륜으로 보면 걸음마 수준을 지나 이제 성장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눈 앞의 이익, 특히 밥그릇이나 감투와 관련된 몰염치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다.

 

지난해 의정비 인상때도 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질책은 전혀 아랑곳 없던 행태가 이를 잘 반증한다. 도내 시·군의회별로 의정비를 20%대에서 무려 98%까지 대폭 올렸다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서야 생색내기식으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당시 여론의 반대에도 무리수를 둔 것은 선거 직전에 의정비를 올렸다간 역풍을 맞을 우려가 높아 '올릴 것은 미리미리 올리자'는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연유에서다.

 

이해에 관한한 신산의 경지에 이른 의원들이 후반기 의회직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장에 오르면 신분의 수직상승과 함께 다음 선거를 겨냥한 프리미엄이 적지않은 만큼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젠 똑똑해진 유권자들이 참 일꾼과 삯꾼의 행적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제밥그릇 챙기기와 감투에만 혈안인 일꾼은 삯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순택(제2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