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건축이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다. 독특한 이야기, 매력적인 이야기, 고유한 이야기, 신나는 이야기, 기억해야만 하는 이야기, 옛날 이야기, 현재 이야기 등 인간 세상사 모든 이야기를 건축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의 풍남문에서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주 부성으로 출입하면서 생활하였던 당시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우리에게 들린다. 풍남문 근처에 있는 남부시장은 부성 밖에 있었던 장사치들의 근거지의 이야기를 말해주고 있으며, 지금도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을 비춰내고 있다.
전주 구도심은 과거 도시가 갖고 있었던 좁은 골목길과 도로, 밀집되고 작고 낮은 건물로서 당시의 정겹고 가까웠던 이웃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겨우 스치듯 지나쳐야 되는 좁디 좁은 골목이 해주는 이야기는 오늘 날 더욱 귀해진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새나라의 꿈을 펼치고자 선언했던 한벽루 근처의 능선은, 지금은 전주 남원간 도로 개설로 허리가 잘렸지만, 당시의 결의에 찬 정치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태조의 어진을 전주에 보관토록한 최근의 결정은 이러한 장소와 공간의 이야기와 절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객사 길 뒤편에 길게 뻗어 있는 골목에서는 젊은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건물들도 시끄럽다. 사람만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건물들도 장식, 간판, 색깔, 재료, 형태 등 모두가 요란하고 시끄럽다. 이것이 건축 이야기인 것이다.
도시에는 그 장소가 갖고 있는 분명한 색깔과 소리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역사와 전통의 이야기가 있다. 건축은 이러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야한다. 또한 현재의 건축은 현재의 이야기를 해 주어야한다.
음악과 문학과 같이 건축의 이야기도 공간적으로 시작, 이어짐, 전환, 맺음(起承轉結)으로 조리있게 구성되어야한다. 공간, 빛, 어두움, 재료, 형태, 재료, 색깔, 질감, 크기, 높이, 비례 등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건축적 요소가 인간에게 정신적인 위안, 즐거움, 자극, 경탄 등을 주기도 하고 시끄러움, 암울함, 피곤함 등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 무형문화유산전당, 한스타일 진흥원, 한지산업종합지원센터, 전주 5대 문화관, 유물전시관 등 전주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대규모 건축물들에 대한 계획이 많다고 한다. 과거의 몇 몇 사례처럼 베끼거나 짜깁기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건축을 기대해 본다.
/강대호(전주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