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명박 대통령)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청와대에 입성해 국정을 시작한지 한달여 지난 즈음. 청와대 춘추관을 출입했던 기자는 동료 언론인들과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기자들은 MB정권하의 언론을 얘기했고 자연스럽게 어떤 공감대가 형성됐던 일이 기억난다.
우리는 그 때 노무현 정부 말기 '신 언론 탄압'으로 상징되던 '부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새 정부 사람들의 언론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를 전망해 보았다.
공통된 견해를 밝히자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를 것이다'였다.
이같은 추론의 배경에는 지난 정권의 언론 정책을 규탄하면서 집권하면 청와대 안방이라도 열어젖힐 것처럼 기세를 올렸던 현 정권의 주역들이 정작 청와대에 들어오자 이상하리 만큼 침묵을 계속했던 모습이 자리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새 정부 또한 대개의 권력자들이 빠지기 쉬운 '통제의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노무현 정권의 언론 통제를 비판하긴 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집권하자 '자유'보다 '통제'에 무게를 두면서 지난날의 언론 규제가 그리 싫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취재는 대변인 브리핑과 전화취재가 전부여서 요즘의 기자들은 청와대 비서실을 자유롭게 출입했던 먼 옛날을 '전설'로 여기고 있던 터였다. 이때문에 우리는 MB정권이 노무현 정권을 부정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청와대 취재의 문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새 정권이 출범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같은 기대는 무너졌다. 더구나 청와대 춘추관에서는 '취재 환경이 노정권 때보다 더 열악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특정시간에 하겠다던 대변인 브리핑은 시도때도 없이 이루어져 '게릴라 브리핑'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또 청와대 참모진과의 전화통화는 하늘의 별처럼 손이 닿지 않았다. 행여 '관계자'와 통화가 된다해도 그들은 "아직은..., 나중에..., 보안이 필요해서...” 등등 '울타리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처럼 청와대의 정책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져 비판의 도마에 오르길 원치 않았던 MB정권의 언론 장벽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은 취재의 벽을 느낄수록 '대통령의 입'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게릴라 브리핑'에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춘추관에서는 전례가 드문 일이 벌어졌다.
한번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 기자와의 문답을 '돌발영상'에 담았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YTN기자를 한달간 출입 정지시켰다. 브리핑이 끝나면 대변인을 '청와대 관계자'로 보도해야 하는데 실명과 얼굴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방미 중 MB의 쇠고기 발언을 삭제 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얼마 뒤 총리와의 질의답변에서 공개한 코리아타임즈 기자도 출입 정지를 당했다. 한달간 춘추관에서 보이지 않던 그 기자는 소속 언론사로부터 타부서 발령을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는 '촛불'이 크게 타오르자 부랴부랴 고개를 두번이나 숙이며 '소통'을 강조했던 MB정권이 실제로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불통'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이 '명박산성(明博山城)'으로 비꼬았던 광화문의 컨테이너 벽은 이미 MB정권이 청와대 기자들을 상대로 구축한 '불통산성(不通山城)'의 의붓자식이다.
'산성'없는 세상을 원하는 국민 앞에 MB정권이 남은 임기동안 또 어떤 '산성'을 쌓을런지 걱정이다.
/김성중(편집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