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을 먹은 우리로서는 자동차 우선인 도로구조와 사회인식 때문에 엄두도 못낼 일이다. 고유가 시대가 되고 보니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는 그들의 자전거문화가 부러워진다.
기름 값이 치솟자 자전거 타기가 다시 불 붙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마다 인센티브를 내걸고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주엔 김완주지사가 '자전거 출근 쇼'를 벌였다. 아침 7시40분 관사를 출발해 35분만에 도청사에 닿았다. 불편한 점이 많았을 법 한데도 출근 소감은 의외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운동도 되고 아침 공기도 상쾌해 좋았다" 모든 게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과연 그럴까. 자동차 중심 도로구조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통과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 볼라드가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 박혀있기도 하고, 인도는 경사져 있는데다 도로 연결부위는 높낮이가 심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자동차, 시꺼먼 매연, 태부족인 거치대 등도 짜증나게 한다. 차라리 김지사가 이런 경험담을 적시하고 개선과제로 언명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닷새 전에는 유인촌 문체부장관이 '자전거 출근 쇼'를 벌였다. 서울 청담동에서 광화문까지 11.7km를 한시간 넘게 달렸다. 헌데 현실적 과제 보다는 유 장관이 탄 자전거가 외제 150만원 짜리라는 등 본질적인 문제 외적인 것에 논란이 일었다.
실은 샤워나 탈의시설, 자전거 보관대 등 편의시설이 절대 부족한 실정에서 직장인들의 자전거 출퇴근이 과연 쉽겠느냐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됐다면 좋았을 법 했다. 그랬다면 더 많은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 지사나 유 장관의 자전거 출근 쇼는 시민 대부분이 공유하는 정서를 외면한 이벤트였다. 진정성이 결핍된 전시적인 행동, 장관만이 할 수 있는 자전거 출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자전거 출근 쇼'가 쇼로 끝나서는 안된다. 쇼일 망정 아예 간부 공무원과 기관장, 단체장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쇼를 지속적으로 했으면 한다. 그래야 자전거도로 한 가운데 박힌 볼라드가 뽑힐 것이고, 울퉁불퉁 경사진 인도도 바로잡힐 것이다.
현재와 같은 자동차 중심의 도로구조와 사회인식의 틀에서 자전거 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그들이 몸소 체험할 때 비로소 대책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전거 타기가 훨씬 용이해질 게 아닌가.
10여년전 자전거도로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국가예산까지 지원받은 전주가 지금 어떤 몰골을 드러내고 있는지 역시 그들은 쇼를 통해 들여다 보아야 한다. 자전거타기를 가로막는 '전봇대'는 우리 주변에 수도 없이 널려 있다. 그래서 이 전봇대를 뽑아내기 위한 '자전거 출근 쇼'를 계속 하라는 것이다.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