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의정비 삭감할까요, 양심고백 할래요? - 윤찬영

윤찬영(전주대 교수)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의회들이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도 돈이 건네졌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라북도의회를 비롯하여 전주시의회 등 각 시군의회에서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돌고 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돈 선거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어 수천 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어 더욱 분노하게 한다. 전국적으로 소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심이 촛불로 타오르고 있을 때, 지방의원들은 뒤에서 검은 거래를 하고 다녔던 것이다. 지역의 시민단체가 양심선언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우리 지역 지방의원의 90% 이상이 민주당 소속인데, 정작 민주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서울시처럼 국회의원들도 공범인가? 모 지방의원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주와 수저세트, 특산품 등이 전달된 것이 드러났다. 이 정도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쳐보면 애교 수준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지방의원의 말을 볼 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소위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에게까지 금품을 돌린 것을 보면, 다른 의원들에겐 훨씬 많은 액수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당사자들이 양심적으로 고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각 의원들의 소속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여 의혹을 밝혀주고 환골탈태의 다짐을 해주기 바라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매우 답답하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알아도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 같다. 지난 2월, 서울 강북구 의회에서는 의정비가 너무 많다며 의정비를 반납한 민주노동당의원이 의원들에 의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혼자만 잘난 척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준 것이다. 전북도의회나 전주시의회라고 해서 이런 분위기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의원들 자신도 내심 매우 복잡할 것이다. 양심선언을 하자니 혼자만 바보가 되거나 왕따를 당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금품수수와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의원들조차 다른 의원들에게 양심선언을 촉구하는 것조차 못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경찰 수사에 의존할 것인가? 만일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되면 그냥 어물쩍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선방으로 대충 넘어갈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에서는 이런 경우 단체 기합을 준다. 범인이 자백할 때까지 말이다. 결국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전체가 단체기합이라는 불쾌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의정비를 삭감당할래? 자수할래? 끝까지 양심고백을 하는 의원이 없다면, 의원 전원의 의정비를 삭감시켜야 한다.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면, 금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누가 주었는지 고백해주기 바란다.

 

※ 프로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박사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역임

 

△전국 민교협 공동상임의장(현)

 

△월간 열린전북 발행인(현)

 

△전북CBS 생방송 사람과 사람 진행자(현)

 

/윤찬영(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