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삼천동 백제로변에 있는 곰솔(천연기념물 제355호)을 생각하면 인간의 두 얼굴을 보는듯 하다. 하나는 극단의 이기심이요, 다른 하나는 지극한 애정이다.
이 곰솔이 어느 못된 인간에 의해 죽음을 당할 뻔한 지가 7년전 이맘때였다. 그러다 최근 끈질긴 노력끝에 보전과 함께 '2세'를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소나무과인 곰솔은 해송(海松) 또는 흑송(黑松)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와 일본 남부, 중국 일부 해안지대에 분포한다. 해송은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살아갈 엄두를 못내는 해안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잘도 자란다. 소금 물방울을 맞고도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을만큼 강하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은 내륙 깊숙이 파고들어 해송이란 별명이 무색한 경우도 있다. 삼천동의 곰솔이 그런 예다. 다만 도시 근처에서 자란 탓인지 키가 크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만 굵게 자라는 특징을 갖는다.
또 흑송이라 불리는 까닭은 소나무 줄기가 붉은 것과 달리 새까만 껍질을 가져서 그렇다. 순수 우리말로 검솔이라 하다가 곰솔이 되었다. 반면 잎이 억세고 곰같다 하여 곰솔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설도 있다. 따라서 일반 소나무(赤松)가 여성적이라면 곰솔은 남성적인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삼천동과 익산시 망성면 신작리(188호), 그리고 제주, 부산, 전남 무안 등 6곳의 곰솔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인동 장씨(仁同張氏) 묘역을 표시하기 위해 심은 삼천동 곰솔은 나이가 250살 가량이다. 이 나무는 2001년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훼손되었다. 드릴로 8개의 구멍을 뚫어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미궁에 빠졌고, 택지개발로 이익을 노린 자의 소행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로 인해 16개의 가지중 12개가 말라 죽어 잘라냈다.
당시 이 나무는 높이가 14m, 둘레가 3.92m, 동서와 남북쪽 가지 길이가 각각 25m를 넘었다. 아래서 보면 한 마리 학이 땅을 차고 날아 오르는 형상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중 하나로 꼽혔다.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EM처리, 막걸리 처방, 옆면 시비, 토양교체 등을 추진, 일부가 생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접목방식으로 8그루의 곰솔 2세를 얻었다. 장대한 기품을 안고 커 나갔으면 한다.
/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