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육성을 가장 가깝게 모사하는 악기, 첼로.
한 무대 위에 열두 대의 첼로가 기교를 넘어선 음악적 깊이로 관객들을 찾는다.
29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30회 필하모닉첼리스트앙상블 정기연주회'.
12대의 첼로는 바이올린 등 현악기군의 영역을 거침없이 넘나든다. 바이올린보다 음역의 폭이 더 넓어 고음과 저음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지난 1993년 8명의 첼리스트들이 창단 연주회를 가졌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들의 연주에 주목하지 않았다. 첼로 연주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정읍 군산 등 타지방을 오가며 활동하는 첼리스트들의 스케줄 조절도 어려웠다. 후원회도 없어 6∼7년간 자비를 들였다. 오직 첼로에 대한 애정이 15년 넘게 연주회를 지속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됐다.
솔리스트 한성환씨는 "처음은 참 힘들겠지만, 10년만 하면 쉽게 굴러갈 것이라고 말한 때가 엊그제 같다"며 "15년 넘게 연주회를 끌어온 이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장마기간이 겹쳐 2∼3배의 공이 더 들었다.
"비가 오면 습기 때문에 악기 가판이 끈적끈적해져요. 악기 보호 차원에서 에어컨을 켜는데, 종일 실내에서 연습해야 하다 보니 단원들이 계속 머리 아파해요. 집중력도 떨어지구요."
리더 김홍연씨의 고민이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국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오펜바흐의 '하늘의 두 영혼' 선율이 연주되는 일이다. 김씨는 한씨와의 끈끈한 인연으로 악보도 없는 이 곡을 부탁해 12명의 첼리스트의 음악에 섬세한 감수성이 더해질 예정이다.
8명의 연주단원 외에 4명의 객원 연주단원이 합류한 이번 연주회에는 엘가 '사랑의 인사' 드보르자크 '숲의 침묵', 푸치니 '토스카' 하이든 '미뉴엣 & 트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왕성한 '식욕'이 과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