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총이 매년 열어오던 전주예술제가 위기를 맞았다. 올해는 전주시의 보조금 예산이 한 푼도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해 단오예술제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전주예총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전주예총이 매년 해오던 전주예술제에 단오제를 얹어 '단오예술제' 행사를 치르도록 했다. 지원한 예산만도 1억5000만원이다. 전주예술제만 할 때는 매년 5000만원씩 지원했지만 '단오예술제'가 되면서 보조금이 3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전주예총은 전주시의 호의를 배신했다. 전주시가 허용하지 않기로 했던 난장부스와 '단오다리'를 몰래 설치해 물의를 빚었다. 전주시가 '단오다리'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폐쇄를 요청했지만 예총측은 몰래 입장료를 받고 주민을 통행시키기도 했다.
시의회까지 나서서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배째라'식이었고, 어디에 얼마 만큼의 예산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행사가 끝난 뒤 보조금 정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전주시의회는 물론 전주시도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굳혔고, 올 본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서도 전주예총은 올초 정기총회에서 지난해 난장판 행사를 주도한 장본인을 또다시 회장으로 선출했다. "매년 해오던 대로 5000만원은 지원해줘야 한다"며 전주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했고, 전주시는 추경예산안에 5000만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해당 상임위인 문화경제위원회는 "문화예술단체의 어려움을 감안, 2000만원을 삭감한 3000만원을 반영해주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예결위는 전액을 삭감했다. 양용모 예결위원장은 "나 자신도 문인협회 회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주예총이 주관하는 전주예술제는 10개 협회 30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규모있는 잔치다. 회원들이 1년 동안 성실하게 준비해온 것을 발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93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무조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왜 모두가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지만 그 같은 잘못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은 전주예총 회원들이다. 자치단체가 지원한 예산이 개인의 호주머니 돈보다도 공정성이 없다면 그것은 범죄행위다. 세금을 내는 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예술제를 치르지 못하고 건너뛰게 된다면 전주예총에게는 아픈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환부는 제때 도래내지 않으면 더 큰 상처를 남긴다. 관행에 따라서 계속 예산을 세워주다 보면 주먹구구식 운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더 큰 불행과 재앙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전주예총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전주시가 예산을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변화의 몸부림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뼈를 깎는 자성이 있어야 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지금당장 시작해야 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성원(문화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