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알고보면 재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얌전한 범죄 액션…그래도 괜찮은 영화?…에너지 넘치는 주연들 열연

"나는 '님은 먼곳에' 볼래."

 

"싫어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공포 영화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캐스팅 화려하다. 이거 보자."

 

요즘은 극장 앞에서 싸움 아닌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입맛대로 골라먹으라는 아이스크림 마냥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계속 개봉하고 있기 때문. 몇 주 동안 비슷한 영화를 상영하던 얼마 전과는 달리 1주일 간격으로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 때문에 한 주 사이에 극장 상영표가 바뀌어 버린다. '다음 주에 봐야지' 생각 했다가 극장을 찾으면 이미 상영이 끝난 경우도 부지기수. 이렇게 때를 놓치면 못 보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렇다고 매일 영화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니 고민은 고민. 그야말로 여름 극장 성수기다.

 

 

이번 주도 봐야할 영화가 줄줄이 있지만 과감히 한 영화를 택했다. 7월 30일 개봉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박빙의 승부를 펼친 다른 영화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영화라는 점에 50점 차승원과 한석규가 함께 나온다는 사실에 50점 더해 100점을 준 것이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출연진이 일단 화려하고 더운 여름에 멜로물 보다는 좋다는 판단. 기대하고 봐도 그 이상은 할 수 있는 영화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5세 관람가/ 101분)

 

서울 도심 한복판 수십억 현금 수송차량 강탈 사건에 이어 제주도 공항에서는 밀수 금괴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전설적인 형사 백반장(한석규)의 이름을 사칭해 사고를 낸 후 해결하는 수법을 사용, 완전범죄를 꿈꾸는 안현민(차승원). 분노한 백반장과 교묘히 그를 따돌리는 안현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백 반장은 수사를 진전 시키면서 단순한 강탈 사건이 아닌 한 사람을 노린 복수극 이란 것을 알게 되고 쫒고 쫒기는 둘 사이의 싸움이 시작된다.

 

쓴 소리부터 하자면 이 영화는 범죄, 액션물인데 너무 얌전(?)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야하다거나 과격한 격투 장면조차 보이지 않는다. 몇몇 공중파 방송용 단어가 아닌 말들만 제거하면 전체 관람가를 줘도 될 정도. 때려 부수고 스케일이 큰 장면을 상상했다면 2%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영화들과 다른 점을 찾기도 힘들다. 전형적인 한국형 스릴러물이자 특별한 반전은 없는 '감독의 모험이 없는' 영화라고 평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대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 '낯익은 기분'까지 느끼니 말이다.

 

그래서 안전한 영화이기도 하다. 저번 주 개봉한 영화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처럼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거나 논란이 일어나는 부분은 없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것.

 

처음부터 너무 악담으로 시작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몇 가지가 제외하면 정말 '괜찮은' 영화다.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를 띄고 있으면서도 누가 선이고 악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캐릭터는 절대 선이거나 악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자칫 영화 주인공으로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들에게 측은함을 느끼고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한석규와 차승원에 대해서도 빠뜨릴 수 없다. 주연들의 열연은 극장 전체를 압도하고 '상영관의 스크린이 작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한석규가 미친 듯 웃는 장면에서는 오싹한 기운마저 감돌고 멋있기로 작정한 차승원은 실제 나이가 38세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청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다.

 

안토니오 역의 이병준의 연기도 훌륭하다. 트랜스 젠더 바의 마담으로 등장하는 그는 시종일관 흐드러지는 콧소리로 아양을 부리다가 결정적 순간에 원래의 굵은 목소리고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의 연기가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

 

아쉬운 결말 또한 한 몫 했다. 관객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을 주면서 계속 곱씹게 만드는 것이 매력.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