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시의 원리 쉽고 확실하게 이해시켜줘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때 방학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학교에 안 간다고해서 아이들이 한가한 것은 아니다. 학원, 어학연수, 체험활동 등 모두 중요하게만 여겨져 어떤 것도 포기하지 못해 바쁘다. 방학에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모험이 아니라 지친 심신을 쉬겠다고 여유만만하게 푹 쉬는 것이 이제는 크나큰 모험인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어느 신문 만평에서는 방학을 '방대한 학비가 드는 기간'이라고 꼬집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유를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한시 이야기라고 해서 한자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알기 쉽고 친절하게 현대시처럼 풀어서 썼다. 원문은 책 끝부분에 부록으로 수록하여 궁금하면 비교해 볼 수 있어 좋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중학생은 되어야 시의 참 맛을,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의 원리를 쉽고 확실하게 이해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책을 아직 나는 만나지 못했다.

 

한시를 읽는 즐거움은 함축미와 상징성을 깨닫는 데에 있다. 한시 뿐 아니라 모든 시의 특징은 돌려 말하고 감춰 말함으로써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말하지 않고 시 속에 감춰 둔다. 그러므로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고 시 속에 숨겨 둔 말을 찾아내는 숨은그림찾기 또는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좋은 시 속에는 감춰진 그림이 많아서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워준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지나치던 사물도 찬찬히 살피게 해 준다.

 

아이들은 시가 어렵다고 말한다. 너무 조급한 탓일 게다. 시는 천천히 여러 번 읽어야 그 뜻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여백을 채우고 시인이 감추어 둔 말을 찾아내는 일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되는 일이다. 「한시 이야기」를 제대로 읽은 중학생들은 '정말 매력있는 책이다' '시를 이해 못하는 친구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 봄에 우리 아이 학교 교정에 연분홍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었다. 혹시 아들이 철쭉과 진달래를 혼동할까봐 확인해 보았더니 헷갈리고 말고 할 게 없단다. 철쭉도 모르고 진달래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번 일요일에는 아들 손에 이 책을 들려주고, 함께 덕진 연못이라도 가야겠다. 연꽃의 은은한 향기 맡으며 사물에 각자 의미를 부여해 보아야겠다.

 

/황춘임(청소년책읽기모임'담쟁이'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