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공천제 폐해, 이대로 둘텐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문제다. 여야는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이와 관련 여야 수뇌부들의 생각은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회원사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을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정당공천제에 대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 즉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공천을 유지하되 기초의원 공천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공천을 폐지하되 기초의원 공천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자유선진당은 정당공천제를 모두 폐지하자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정당이 현재 처해있는 여건이나 다음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감안해 밝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당의 입장이 아닌, 풀 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정당공천제가 그동안 숱한 폐해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당공천을 받고자 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 지망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노복(奴僕)처럼 부려왔지 않았던가.

 

특히 지역에 따라 정당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고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4월 총선이 그것을 증명한다. 지방의원들은 자신들의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정당 공천자의 당선을 위해 뛸 수 밖에 없었다. 선거 참모 또는 동책이나 면책 노릇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단체장 역시 음으로 양으로 자신의 정당 소속 후보자의 당선을 도왔다.

 

물론 정당정치의 밑바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유급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최선이다. 또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토호세력이나 지역 정치꾼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정당공천의 폐해에 비할 바 아니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특정정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동시에 지배하는 바람에 견제는 커녕 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상호 정책경쟁을 벌여야 가능하다. 지금 같은 종속관계로는 요원하다. 이제 각 정당들은 기초자치단체만이라도 정당공천의 족쇄를 풀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