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WTO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이 결렬되었다. 잠정합의가 이루어져 이번 DDA협상은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성 싶었다.
그러나 끝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농산물협상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도출에 실패하였다. 개도국의 농산물 긴급수입(SSM)을 두고 막판에 중국이 미국 등 선진국 대신 인도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번 협상을 두고 '세계무역 거인 중국, 개도국과 손잡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은 뒷심을 발휘하였다.
옛날 UR때처럼 세계무역질서가 미국과 EU 등의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번 협상이 깨지면서 DDA협상은 주요국가의 정치적 일정이 맞물려 앞으로 2-3년 공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 대신 각국은 자연스럽게 말 많은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간 FTA(자유무역협정)를 더욱 추진할 공산도 커졌다.
이번 협상결렬의 득실은 따지기 어렵다. 협상결렬 시나리오를 짜서 득실을 따져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타결불발로 공산물 수출증대의 기회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는 뒤로 미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조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을 것이고 농업계는 한숨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는 일본과 다르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 다소 의외다.
이번 협상결렬은 정부에게 부담감을 덜어 주었다. 타결불발로 농산물추가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쇠고기 정국에 대한 정부의 불안감을 줄여 주었다. 한미FTA의 선점수출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등 미국과 FTA를 맺지 않는 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면 DDA에 따른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리기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미 칠레 등 4개 협정이 발효된 FTA는 국회 비준 동의절차가 진행 중인 한미 FTA 외에 캐나다, 인도, EU와는 협상이 많이 진전되어 있어 올해 안에 타결을 목표로 쟁점을 압축하고 있다. 한중 FTA 양국간 공동연구회도 금년 중에 마무리하고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터키, 페루 등과의 협상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는 FTA 대상은 말 꽤나 하는 교역대상국이며 농업강국들이 대부분이다.
농업설계도를 만들어야
DDA던 FTA던 기본흐름은 시장개방이다. 농업 또한 속도나 규모의 문제이지 개방은 불가피한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하다. 쌀도 관세화 유예조치가 끝나는 2014년에는 개방은 예약되어 있다.
최근 전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쌀마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고 각국은 식량자원 확보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농업이 얼마나 작고 큰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쉽사리 예견할 수 없다. 이럴 때를 일수록 앞날을 대비하여 농업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개방의 속도, 규모,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농업미래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