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씨의 소설을 좋아하오. 직업상 그럴 테지 하고 빈정댈지 모르지만, 그렇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오. 하늘과 땅이 하도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 씨 소설이오. 이런 경우엔, 그는 무엇이라 할까.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울음을 울까." (김윤식 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찾아 읽고 감당해야 할 소설이 바로 미백(未白) 이청준의 소설이다.
소설가 이청준. 지난달 31일 그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1월 투병 중에 창작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를 펴내며 "내 눈에 신화, 영혼의 문제가 보이는 걸 보니 여기가 내 소설 쓰기의 낭떠러지인 모양"이라고 했던 그. 창작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는 그의 마지막 책이 됐다.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그는 1965년 「사상계」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문학의 길로 나서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열살도 되기 전 잇달아 겪었던 아버지와 맏형, 아우의 죽음. 그의 작품이 고도의 관념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란 걸 부정할 수 없다.
이청준의 문학세계는 집단과 개인의 관계, 지식인의 역할, 산업사회의 인간 소외 등 현대사회의 묵직한 주제들로 대표된다.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서편제'와 '축제', 그리고 임권태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토대가 된 「선학동 나그네」. 이창동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칸영화제 수상을 이뤄낸 '밀양' 역시 이청준의 「벌레이야기」가 원작이었다.
문학적으로, 대중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이 '우리 문학의 거목 이청준 선생님 타계'를 제목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선생의 작품을 선별했다.
「천년학」(열림원),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주니어파랑새), 「동백꽃 누님」(다림), 「떠돌이개 깽깽이」(다림), 「그 여름의 일기장 소동」(다림), 「눈길」(휴이넘), 「당신들의 천국」(휴이넘), 「선학동 나그네」(문이당) 등.
이청준 작품은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선학동 나그네」는 6차에, 「눈길」은 7차 국정교과서에 실렸으며, 「잔인한 도시」 「병신과 머저리」 「매잡이」 「이어도」 「서편제」 「건방진 신문팔이」 「줄광대」 등이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모의고사에 단골 출제되고 있다. 공부 삼아서라도 그의 책을 펼쳐보자.